“과거와 달라진 미국 실감”…조현 외교부 장관, 한미관계 기조 변화 언급
한미관세 협상과 한미정상회담 결과 발표 방식을 둘러싸고 조현 외교부 장관과 여야가 정면 충돌했다. 조 장관은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문서로 남기지 않은 이유를 두고, “당시 그대로 문서화했다면 우리 경제에 큰 주름살이 될 수도 있었던 우려스러운 내용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국회 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의 발언이 공개되며 한미관계 기조 변화에 대한 논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조현 장관은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자료일시 2025년 9월 16일)에서 국민의힘 김건 의원이 “한미정상회담 시 관세 협상을 왜 문서화하지 않았나. 후속 실무협상이 더 어려워진 것 아닌가”라고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목숨을 거는 자세로 협상에 임했고 일부 합의된 내용이 있었으나 국익 수호를 위해 추가 협상을 계속하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며 "지금도 그런 상태"라고 설명했다. 일부 합의에 대해 “최선의 결과를 국민께 설명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 장관은 “미국 측과도 세부 내역까지 공식화하기보다는 일단 주요 합의 도출 이후에도 추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쌀, 쇠고기 시장 개방 등 민감한 농산물 분야에서 “더 이상의 양보 없이 우리 입장을 지킨 것”이라며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후속 관세 협상이 지연되는 배경에 대해선 “미국이 제시한 일부 조건을 우리 정부가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대정부질문에서는 현금 투자와 무제한 통화스와프 요청설도 도마에 올랐다. 김건 의원이 “미국 요구 조건을 수용하면 외환시장에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로, 무제한 통화스와프를 제안한 적 있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구체 협상 내용은 언급하기 어렵지만, 그 역시 여러 제안 중 하나였다”고 답했다. 아울러 “국민 부담이 수반된다면 협상 결과가 양해각서 등 어떤 형태이든 반드시 국회에 설명하고 동의를 구하겠다”며 협상 투명성을 강조했다.
정치권의 반응도 엇갈렸다. 여당은 정부의 신중한 접근을 평가하면서도, 실익 중심의 후속 협상 필요성을 촉구했다. 야당은 정부의 발표 방식에 “국민 오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이 “예전과 달리 과거 동맹·우방과의 협력 기조가 약해지고 있음을 실감하느냐”고 묻자, 조 장관은 “그런 미국이 아니란 점을 최근 실감하고 있다”고 답했다.
조현 장관의 발언은 한중 외교장관회담 등 대외 일정과도 연결된다. 17~18일 중국 베이징을 처음 방문하는 조 장관은 “APEC 정상회의가 다자간 경제 회의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 평화 정착과 미중갈등 완화, 남북 대화 재개에 절실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부적으로 거의 확실하게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북·중 등 주변국 APEC 정상회의 초청가능성과 관련해선 “가능성은 열려 있으나 구체적으로 답하기 쉽지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국회는 한미 협상 및 한중 외교 일정에 대한 팽팽한 입장차를 보였으며, 외교라인 재정비와 대미·대중 외교 전략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