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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만 눌렀다간 요요온다”…GLP1 약물 남용 경고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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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억제 기술을 앞세운 비만 치료가 유행하면서, 단기간 체중 감량 효과 뒤에 숨은 대사 붕괴 위험에 대한 경고가 커지고 있다. 위장관 호르몬을 조절하는 약물과 극단적 식욕 억제 다이어트가 빠른 감량을 가능하게 하지만, 인체의 에너지 시스템을 왜곡해 장기적으로는 살이 더 잘 찌는 체질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와 의료계에서는 비만을 단순 체중 문제가 아닌 만성 대사질환으로 보고, 식욕을 강제로 줄이기보다 에너지 생산과 순환, 균형을 회복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비만 치료 시장에서 각광받는 위장관 호르몬 GLP1 계열 약물은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도록 해 체중 감량 효과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GLP1은 원래 장에서 분비돼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신호하는 호르몬으로, 이를 모방하거나 분해를 늦추는 약물이 비만과 당뇨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근육량 감소, 췌장염 위험, 약물 중단 후 요요 현상 등 부작용 논란이 이어지면서 장기 사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재동 경희대한방병원 한방비만센터 교수는 식욕 억제 중심의 접근이 인체 대사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식욕 억제 다이어트가 처음에는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더라도, 인체가 에너지 부족을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면서 기초 대사량을 낮추고 근육을 줄이는 방향으로 적응한다고 설명했다. 대사량이 줄어든 상태에서는 동일한 양을 먹어도 더 쉽게 지방이 축적되며, 약물이나 제한을 중단할 경우 식욕이 반등해 평균 1년 안에 감량한 체중 대부분이 다시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했다.

 

식욕과 체중은 뇌의 복잡한 호르몬 회로에 의해 조절된다. 렙틴, 그렐린 등 다양한 호르몬이 배고픔과 포만감을 신호하고, 시상하부는 이를 종합해 섭취량과 에너지 소비량을 조정한다. 이 회로를 약물로 강하게 억누르면, 뇌와 말초 조직은 장기 생존을 위해 오히려 지방을 더 붙이려는 보상기전을 가동한다. 같은 열량을 섭취하더라도 이전보다 더 많이 저장하고 덜 쓰도록 바꾸는 방향으로 세팅되는 셈이다. 특히 이번 GLP1 계열 약물 붐은 체중이라는 겉지표만 빠르게 바꾸지만, 근육량과 대사 건강을 희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 추적 데이터와 안전성 검증이 중요해 보인다.

 

이 교수는 체중 조절의 핵심을 “얼마나 적게 먹느냐가 아니라, 왜 내 몸이 살을 붙이고 유지하려 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의학에서는 비만을 단순 지방 축적이 아니라 몸의 에너지 흐름 장애로 바라본다. 에너지 생산, 순환, 저장과 방출이 균형을 잃을 때 체지방이 늘고 살이 빠지지 않는다는 관점이다. 그는 “다이어트의 본질은 빼는 것이 아니라 돌려놓는 것, 즉 몸의 에너지 흐름을 정상화하는 일”이라며, 에너지 시스템이 제자리를 찾으면 과도하게 먹지 않는 한 체중이 안정된 범위에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에서는 에너지 기능 유형에 따라 필요한 다이어트 전략이 다르다고 조언한다. 손발이 차고 식후 졸림이 심한 사람은 에너지 생성 기능, 한의학에서 말하는 비위 기능이 떨어진 유형으로 본다. 이 경우 극단적인 식욕 억제나 단식은 오히려 대사를 더 떨어뜨리고 피로를 악화시킬 수 있어, 따뜻하고 소화가 쉬운 음식을 소량씩 자주 섭취하는 방식이 권고된다. 이렇게 해도 감량 속도는 느리지만, 대사 기반이 무너지지 않아 요요 위험이 작다는 설명이다.

 

물만 마셔도 붓고 몸이 무겁게 느껴지는 에너지 순환 장애형은 심폐 기능이 약하고 체내 수분과 노폐물 배출이 원활치 않은 경우로 분류된다. 이 유형에서는 다이어트 보조제나 약물보다 땀을 가볍게 내는 유산소 운동과 야식 금지, 수분 섭취 패턴 조절이 핵심 전략으로 제시된다. 혈액과 림프 순환이 개선되면서 부종이 빠지고 체지방 연소 효율도 서서히 높아진다는 논리다.

 

상체 열감이 심하고 밤마다 야식 욕구가 강한 사람은 에너지 균형, 한의학에서 간과 신 기능의 불균형 유형으로 본다. 이 경우 저녁 시간 격렬한 운동은 오히려 교감신경을 자극해 식욕을 더 끌어올릴 수 있어 피하는 편이 좋다. 대신 하체 중심 근력운동과 호흡을 안정시키는 저강도 활동을 통해 에너지 상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러한 유형별 접근은 체중 숫자보다 수면, 피로도, 체온, 부종 등 전반적인 상태 변화를 지표로 삼는 점이 특징이다.

 

비만은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200개 이상의 합병증과 조기 사망을 유발하는 대표적 만성 진행성 질환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제약업계는 GLP1 계열 약물을 비롯해 다양한 호르몬 기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고, 국내 의료현장에서도 사용이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장기간 복용에 따른 대사 적응, 근손실, 특정 장기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데이터가 아직 축적되는 단계여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활용 범위와 대상 선정 기준을 두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재동 교수는 식욕 억제를 단순한 의지 문제나 욕망 통제로 볼 것이 아니라, 인체가 보내는 중요한 생리 신호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식욕은 피로, 호르몬 변화, 정서 스트레스, 수면 부족을 반영하는 가장 진실한 경고 신호”라며 “이 신호를 억지로 눌러 없애기보다는, 왜 이런 식욕 패턴이 생겼는지, 내 에너지 흐름이 어디서 막히고 고갈됐는지부터 점검하는 것이 건강한 다이어트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산업계와 의료계는 식욕억제 위주의 약물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장기적인 대사 건강을 지키는 다이어트 패턴이 실제 환자 삶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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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동#glp1#한방비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