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요안나 유서의 침묵”…MBC 기상캐스터, 검은 옷 속 냉랭한 여론→애도의 온기 실종
짧은 명복의 기도가 흐르던 뉴스 스튜디오에 검은 빛의 의상이 조용히 스며들었다. 오요안나의 1주기를 맞아 MBC 기상캐스터 이현승, 금채림, 김가영이 어두운 원피스 차림으로 카메라 앞에 섰지만, 시청자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듯한 표정이었다. 차분한 표면과 달리 오요안나가 남긴 직장 내 괴롭힘, 그리고 꺼내지 못한 유서의 절절한 사연이 미처 사라지지 않은 채 여전히 온라인을 차갑게 뒤덮었다.
시청자들은 기상캐스터들의 애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일부 네티즌은 고인을 떠나보내야 했던 배경과, 조직 내부를 향한 의심과 배신감을 말없이 내비쳤다. 한층 더 진지해진 진상은 고인의 사망 이후 동료들에게 남겨졌던 유서, 그리고 유족의 단식 투쟁에서 또다시 증명되고 있다. 지난해 갑작스런 죽음 뒤에 드러난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에는 견디기 힘든 직장 내 괴롭힘과 외로움이 오롯이 담겼다.

고인을 둘러싼 비극의 단면은 현실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유족은 가해자로 지목된 1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MBC는 진상조사위원회 설치와 함께 기상캐스터 제도를 폐지하며 기상기후 전문가 제도 도입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 변화는 냉랭한 이면의 여론을 단번에 바꾸기에는 부족했다. 무엇보다 기상캐스터 3명과 재계약을 택한 결정, 그리고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지만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조치까지, 피해자가 직접 남긴 이야기가 여전히 소홀히 다뤄졌다는 점에서 모두의 아쉬움을 남겼다.
오요안나 어머니는 1주기를 맞아 서울 상암동 MBC 본사 앞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공식 사과와 기상캐스터 정규직화를 촉구하는 유가족의 목소리는 점점 굵어지고 있으며, MBC는 기상캐스터들의 애도를 공식적으로 표명하면서 동시에 제도 변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오요안나를 기리는 마음과 여전한 진정성 논란, 그리고 차가워진 신뢰의 간극이 다시 한 번 사회적 물음표를 남겼다.
MBC의 달라진 기상정보 전달 방식은 뉴스 프로그램 등에서 점차 도입될 예정이며, 고인을 추모하는 다양한 움직임과 논의는 향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