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북정책 정례 공조 가동”…한미, 서울서 첫 정책 협의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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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정책을 둘러싼 부처 간 갈등과 한미 간 공조 전략이 맞붙었다. 한미 양국 외교당국이 정례적 대북정책 공조 채널의 첫 회의를 여는 가운데, 회의 주체를 둘러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문제 제기가 겹치며 정치적 파장도 커지고 있다.

 

외교부는 15일 한국과 미국이 16일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대북정책 관련 정례 정책공조 협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회의에는 정연두 외교부 외교전략정보본부장과 케빈 김 주한미국대사대리가 참석한다. 외교부는 이번 협의를 통해 한미가 대북 정책 전반에 대한 정책 방향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의는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조인트 팩트시트의 후속 조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양국 정상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긴밀히 협의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이에 따라 외교부는 이번 회의를 통해 정상급 합의를 실무 차원에서 구체화하고, 대북 공조의 세부 이행 방안을 점검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그러나 회의 주체와 범위를 둘러싸고 국내 정치권과 정부 내에서 진통도 드러났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앞서 “협의 주체는 통일부”라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며 대북정책 조율의 중심에 통일부가 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북 교류와 남북관계 전반을 담당하는 부처로서 역할을 강조한 발언이었다.

 

다만 첫 회의에는 통일부가 참여하지 않는다. 외교부는 통일부가 불참한 가운데 외교부와 미측이 대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미 협의의 기능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통일부와 외교부 간 사전 조정이 충분했는지를 두고 여야 정치권에서도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회의 성격을 두고선 과거 한미 워킹그룹과 유사하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2018년 출범한 한미 워킹그룹은 남북 교류협력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북제재 면제 문제를 세밀하게 다루며, 남북관계의 자율성을 제약했다는 비판을 야기했다. 이번 회의 역시 남북 교류협력 사업과 관련된 제재 면제 이슈를 사전에 조정하는 틀로 변질될 수 있다는 시각이 일부에서 제기됐다.

 

외교부는 이러한 시선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이날 일정 안내에서 별도 명칭이나 성격 규정을 붙이지 않고 단지 한미 협의라고만 표기했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새로운 협의체 창설은 아니고, 정례적으로 긴밀히 협의하겠다는데 방점이 찍힌 것”이라고 말했다. 정례 공조 채널이지만 제도화된 별도 기구는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정치권에서는 향후 회의 구성이 확대될지, 통일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참여하게 될지에 따라 대북정책 컨트롤타워를 둘러싼 논쟁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남북관계 주도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대북 제재와 인도적 지원, 남북 경협 재개 논의의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여야 모두 이번 한미 협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한편 한미 양국은 정례 협의를 통해 대북 제재 이행, 북한 도발 억제, 비핵화 및 평화체제 논의 등 광범위한 의제를 다룰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회의 결과에 따라 남북관계뿐 아니라 한미동맹 운용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와 통일부, 그리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한미 협의의 운영 경과를 지켜보며 다음 회기에서 대북정책 조율 체계를 둘러싼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조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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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정연두#케빈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