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 따라 걷고, 흙을 빚다”…남양주에서 만나는 선선한 하루의 여유
요즘 남양주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한때 역사의 배경이나 잠깐 들르는 곳에 머물렀지만, 이제는 자연과 문화 사이에서 새로운 일상의 쉼을 찾는 이들의 도시가 됐다.
9월의 남양주, 선선하게 흐린 하늘 아래 걷는 길에는 여유가 깃든다. 조선의 마지막 황제의 자취가 남은 홍유릉에 들어서면, 직선으로 반듯하게 뻗은 참도 위 기린과 코끼리 등의 석물들이 방문객을 맞는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내릴 듯한 오후에도, 울창한 숲길은 오히려 고요한 정취를 더한다. 어른들은 “이곳을 걸으면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다”고 고백했다.

숲속 산사 봉선사는 비가 오면 특별한 아름다움으로 변신한다. 천년 고찰의 깊은 품에서, 사찰 속 예불과 차담, 광릉숲의 ‘비밀숲’ 탐방이 조용히 이어진다. 국립수목원과 맞닿은 이 숲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숨은 생명력과 기운을 머금었다. “흐린 날, 촉촉한 이끼 내음에 마음까지 맑아진다”고 한 참가자가 느꼈던 순간처럼, 남양주 봉선사에서는 누구나 깊은 평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최근 각종 체험 공간 예약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주말마다 남양주 템플스테이나 도자기 원데이 클래스의 문의가 늘고 있다. 도자기마을에서는 물레 위에서 흙이 도는 동안, 일상 속 쌓인 긴장마저 사라진다. 실내에서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오감 체험을 즐기며 “직접 만든 도자기에 손끝 온기를 담았다”고 소감을 전하는 체험자들도 많다.
트렌드 분석가들은 “남양주의 핵심은 느리게 머무르고, 경험으로 일상을 채우는 데 있다”고 말한다. 하루의 속도를 조금 늦추고, 자연이나 전통문화와 친해지려는 욕구가 여행지의 분위기를 바꿨다는 해석도 더해진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비 올 때 사찰 숲길, 진짜 신비롭다”, “흙 만지며 힐링했어요”처럼 내 집 앞마당에서처럼 편안하게 감상하는 이들이 많았다. 대도시의 소음 대신 조용한 숲, 그리고 소박한 창작의 시간이 주는 위로가 인기를 얻는 배경이다.
남양주에서의 하루는, 작고 소소한 순간들을 천천히 차곡차곡 쌓아간다. 역사와 자연,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을 거닐며 “이런 평범한 여유가 얼마나 귀한지 새삼 느꼈다”는 반응도 자연스럽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