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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광부터 원적외선까지”…화학연, 통합 광대역 센서 개발로 시장 지형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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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광부터 원적외선까지”…화학연, 통합 광대역 센서 개발로 시장 지형 바꾼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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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파장의 빛을 한 번에 감지하는 광대역 감지센서 소재가 등장하면서 센서 산업에 지각변동이 예고된다. 한국화학연구원 박막재료연구센터 송우석 박사팀과 성균관대학교 윤대호 교수팀이 공동연구를 통해, 저가 공정으로 6인치 대면적 기판에 합성 가능한 차세대 통합광 센서 소재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자율주행, 드론, 스마트 기기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센서 탑재 구조를 바꿀 기술로 꼽힌다. 업계는 통합 감지 소재의 안정성과 대량 생산성이 ‘차세대 광센서 경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화학연구원 연구팀은 가시광선부터 중·원적외선까지 광범위한 영역을 아우르는 센서 소재 ‘위상결정절연체(SnSe0.9Te0.1)’를 개발, 기존 개별 센서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기존 2차원 소재 센서는 밴드갭(전자 감지 에너지 문턱)이 커서, 에너지가 강한 빛은 감지해도 중·원적외선처럼 에너지가 약한 빛은 포착이 어려웠다. 반면, 위상결정절연체는 밴드갭이 좁아 적외선의 미세한 에너지 변화까지도 전자 전달로 감지할 수 있다. 실제로 연구팀 센서는 감지 영역을 기존(0.4~1.2㎛) 대비 약 8배 넓혀 0.5~9.6㎛의 스펙트럼을 포괄하며, 사람의 체온에서 나오는 미세한 원적외선도 포착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은 용액 기반 열분해 공정을 적용, 대량 생산성이 높으면서 제조 단가도 낮아졌다. 특히 6인치 웨이퍼 전체에 균일한 재료 증착이 가능해 기존 반도체 라인에도 쉽게 적용된다. 고온·고습·수중 환경에서도 화학·물리적 안정성을 유지, 군사용·야외용 센서의 신뢰성 한계도 극복했다.

 

시장 측면에서 광대역 센서는 그간 자율주행차·드론 등에서 가시광, 근적외선, 중·원적외선 센서를 각각 따로 탑재해야 했던 복잡성과 비용 부담을 줄인다. 센서 설계가 단순해지고, 데이터 통합 처리도 용이해 IoT, 헬스케어, 보안 등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글로벌 센서 시장에서도 미국·일본은 값비싼 고감도 센서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국산 저비용 대면적 센서 개발로 경쟁 구도에 변화가 기대된다.

 

기술 상용화를 둘러싼 제도·규제 장벽도 낮은 편이다. 화학연 센서 소재는 기존 반도체 공정과 호환돼 의료·자동차용 인증 획득 및 양산 공정 통합이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연구팀은 "8인치 이상 대면적, 센서 배열·회로 집적화 기술까지 고도화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완성형 모듈 모색도 본격화됐다.

 

전문가들은 광범위한 파장 감지와 환경 내구성을 동시에 갖춘 소재가 센서 산업 패러다임 전환을 촉진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송우석 박사는 "단일 센서로 자율주행, 군사 드론, 스마트워치, IoT 보안장치까지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시대가 온다"고 언급했다. 국내 본격 상용화 시 고가 외국산 센서 의존도가 줄어들고, 국산 센서가 글로벌 시장을 재편할 가능성도 있다.

 

산업계는 이번 통합 광대역 센서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후속 확산 모델과 경쟁 구도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생산 효율성, 산업 수요의 균형이 시장 성패를 가를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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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학연구원#광대역감지센서#위상결정절연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