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관세 19%로 인하”…미국, 우회 수출 차단에 중국 견제
현지시각 24일, 미국(USA)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주요국과 체결한 무역 합의가 발표됐다.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은 동남아 국가들에 대한 관세를 기존보다 대폭 인하하며, 중국의 우회 수출에 대한 견제에도 무게를 실었다. 이번 조치가 역내 공급망 구조와 미중(China) 간 무역 경쟁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합의 내용에 따르면 미국은 인도네시아 및 필리핀에 각각 32%, 20%의 관세를 제시했으나, 양국 모두 19%의 동일한 관세율을 적용받기로 했다. 대신 두 나라는 미국산 상품에 무관세를 도입해 자국 시장을 개방하는 상호 합의를 이뤘다. 인도네시아는 핵심 광물의 대미 수출을 제한하지 않기로, 필리핀은 미국과의 군사 협력 강화를 약속하며 경제·안보 양측면에서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무역 합의에 대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의 쉬톈천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이 중국에 직접 관세 압박의 한계를 보면서 동남아 국가들과의 협약을 통해 간접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중국 제조업체들이 환적 대미 수출 비중을 줄이고 동남아 내 생산 확대 전략을 구사하는 점도 이번 합의의 배경이다.
싱가포르 ISEAS-유소프 이샥 연구소의 자얀트 메논 연구원은 "베트남과 달리 인도네시아, 필리핀의 합의에는 대중국 직접 관세 견제 조항이 빠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미국·베트남 합의에서는 상호 관세율을 46%에서 20%로 인하하는 대신, 베트남을 우회한 제3국 환적 제품에 고율(40%)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가 담겼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중국의 우회 수출 차단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한다.
메논 연구원은 이 같은 미-동남아 무역 합의가 역내 공급망 변화와 기업의 동남아 생산 거점 이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나, 공급망 혼란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아세안+3 역내 거시경제조사기구(AMRO)의 둥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동남아 현지화 전략을 더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외교부 궈자쿤 대변인은 "각국이 평등한 협상을 통해 이견을 해소하고 우호적 협력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미국의 대외 무역 합의 방식에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뉴욕타임스(NYT),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력 매체는 "이번 합의가 동남아의 시장 개방 가속과 공급망 재편을 촉진하며, 미중 전략 경쟁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 미중 경쟁 구도에서 동남아의 역할을 더욱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합의가 동남아 공급망 변화와 중국 우회 수출 관행에 실질적 제동을 걸지, 국제사회는 향후 합의 내용의 실제적 이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