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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돼지 간 이식, 171일 생존 성공”…중국, 장기부족 해결 실마리 되나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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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변형 돼지의 간을 이식받은 71세 남성이 수술 후 171일간 생존한 사례가 최초로 공개됐다. 중국 안후이 의대 제1부속병원 의료진이 지난해 5월 실시한 이 수술은 장기 부족 위기가 깊어지는 현 상황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업계는 이 ‘이종 이식’ 성과를 장기 이식 시장의 가교 치료 경쟁의 전환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해당 환자는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 증세로 입원했으나, 가족으로부터 적합한 간 기증자를 찾지 못했다. 이식팀은 유전자 변형을 통해 이종 장기 거부반응을 최소화한 복제돼지에서 간을 이식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수술 10일 후, 환자의 본래 간은 손상 이전보다 오히려 기능이 개선됐고 이식된 돼지 간 역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초음파 검사로 확인됐다. 약 5주 후, 의료진은 환자의 자체 간이 충분히 회복된 것으로 판단해 돼지 간을 제거했다.

기술적 차별점은 ‘가교 치료(bridge therapy)’로, 기존 전이식·완전 대체 방식과 달리 환자의 본래 장기를 일정 기간 유지하면서 신체 기능을 보존하고, 추가 이식이 가능하도록 하는 점에 있다. 실제 생존기간 171일, 이 중 4개월간 정상 생활을 영위한 이번 사례는 기존 이성 장기이식 연구와 비교해 장기 기능 회복 및 환자 안전성 면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유전자 변형돼지의 장기 활용은 글로벌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독일, 일본 등도 면역 거부반응 최소화와 이종 장기 내구성 평가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 대상 이성 이식 임상사례에서 24주 이상 생존 데이터는 매우 희귀하다. 미국에서도 UNOS(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 기준 10만 명 이상의 환자가 장기 이식을 대기 중이며, 간 이식을 기다리는 이가 9천 명을 넘는다.

 

장기 이식 규제 및 윤리 이슈도 기술 상용화의 변수가 되고 있다. 돼지 유전자를 변형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 면역 반응, 장기 기능 저하 등 안전 문제가 꾸준히 제기된다. 미국 FDA, 유럽 EMA 등도 이종 이식 임상 진입 조건을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업계와 의료계 전문가들은 “유전자 변형 돼지 간의 임상 도입은 장기 이식의 새로운 문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기술 완성도와 윤리, 사회적 합의가 병행된다면 기존 장기 부족 문제에 대한 효과적 대안이 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윤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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