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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세포·가바가 공포 기억 좌우”…IBS, PTSD 치료 표적 새로 규명
IT/바이오

“별세포·가바가 공포 기억 좌우”…IBS, PTSD 치료 표적 새로 규명

최동현 기자
입력

별세포가 만드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 ‘가바(GABA)’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의 뇌 병리와 기억 지속에 주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국내 연구진의 성과가 공개됐다. 기존 세로토닌 수용체 표적 항우울제의 한계로 치료율과 속도가 떨어졌던 PTSD 분야에서, 신약 개발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업계와 학계는 이번 결과를 정신질환 치료법의 변곡점이자, 신약후보물질의 경쟁을 촉진할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이화여자대학교 뇌융합과학연구원 류인균 석좌교수 연구팀은 29일, PTSD 환자의 전전두엽에서 별세포 유래 가바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뇌혈류량은 떨어졌으며, 이는 공포기억 지속 및 증상심화와 직접적으로 연결된다고 밝혔다. 뇌영상 데이터 380여 명 분석과 사후 뇌조직 연구를 통해, 별세포 내 마오비(MAOB) 효소 활성이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가바 분해 효소(ABAT) 발현이 감소, 가바 축적이 심화되는 경로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별세포의 마오비 활성 조절이 PTSD 병리의 핵심임을 동물모델 실험으로 입증했다. PTSD 유발 동물에 마오비 활성을 높이자 장기간 공포 반응이 이어지고, 반대로 신약 후보물질 ‘KDS2010’ 투여로 마오비 활성을 억제하자, 가바 농도 및 뇌혈류가 정상화되며 공포 기억 감소·불안 행동 완화 효과가 나타났다. KDS2010은 현재 국내외 임상 2상에 진입해 안전성 검증에 들어갔다.

 

기존 PTSD 치료제는 세로토닌 제제 위주로, 환자의 20~30%만 효과를 보이고 회복도 더딘 현실적 한계가 존재했다. 이번 연구처럼 가바-별세포 축을 새로운 타깃으로 삼으면 보다 근본적이고 빠른 작용의 치료제 개발이 현실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판단이 힘을 얻는다.

 

글로벌 제약·뇌과학 분야에서도 신경세포가 아닌 ‘비신경세포’ 중심 병리 원인 규명은 흔치 않은 성과로 평가받는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PTSD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제 개발을 위해 뇌영상 데이터를 표준화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이번 성과가 별세포 조절 물질의 글로벌 라이선스와 공동개발 경쟁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혁신 신약은 식약처·FDA 등 각국 규제기관의 엄격한 임상검증을 전제로 한다. 환자 뇌조직 접근 및 임상 지표 활용에 있어 개인정보 보호, 의료윤리 심사 강화 등 상용화까지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

 

이창준 IBS 단장은 “별세포에서 기원한 가바 과잉축적이 PTSD 공포기억의 분자·세포적 원인임을 규명해 신약개발 패러다임이 변화할 전망”이라며, “별세포 조절 신약이 다양한 정신질환 치료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류인균 교수 역시 “임상-기초 융합 역중개연구의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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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별세포#pts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