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미국 유틸리티, 사상 최대 투자에 시장 변화 예고
현지시각 6월 30일, 미국(USA)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유틸리티 업계의 올해 자본 지출이 2,121억달러(약 286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같은 움직임은 미국 내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를 가속하는 동시에 시장 구조에도 변화를 몰고 올 조짐이다.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는 2024년 미국 유틸리티 기업들의 자본 지출이 전년 대비 22.3% 증가했으며, 10년 전과 비교해 129%에 달하는 급격한 성장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수요가 밀집된 버지니아주(Virginia)와 같은 지역에서 신규 설비 투자가 두드러진다. 제프리스는 이 성장세가 이어질 경우 2027년에는 2,281억달러(약 308조 원)까지 투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줄리언 듀모울린 제프리스 유틸리티 담당 애널리스트는 “수십 년간 정체되던 신규 투자가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 가속화로 급증했다”며 “향후에도 이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컨설팅업체 ICF 역시 2030년까지 미국의 전체 전기 수요가 2023년 대비 25%, 2050년에는 78%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대규모 설비 투자와 그에 따른 전기 요금 인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니콜라스 캠파넬라 바클레이즈 전력·유틸리티 담당 애널리스트는 “에너지 요금이 팬데믹 이후 연평균 10%씩 오르는 가운데, 데이터센터의 투자 수요가 소비자와 소규모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책 당국의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선 주거용 전기 요금이 최대 40%까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에 업계는 데이터센터 대기업에게 투자비 분담을 요구하거나, 대형 소비자 전용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논의 중이다. 엑셀 에너지(Excel Energy)의 봅 프렌젤 CEO는 “변전소 등 대형 설비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 데이터센터에 직접 비용을 전가할 방침”이라고 했다. AES 유틸리티스(AES Utilities) 역시 “고객 피해를 줄이기 위해 데이터센터와의 계약에 최소 이용 조건과 분량 약정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도미니언 에너지(Dominion Energy)도 25메가와트 이상 신규 대형 수요자에 최소 14년 계약, 신규 요금제 적용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유틸리티 업계의 투자 확대와 요금 구조 개편 논의는 전기요금의 불확실성, 소비자 부담심화, AI·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장 전반에 경계심을 표하고 있다.
향후 데이터센터 투자 확산과 유틸리티 시장의 구조 변화가 전력망 안정성, 요금 정책, 기술 투자 흐름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전 세계 에너지·디지털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대형 기업과 소비자, 규제당국 간의 새로운 이해관계 조정과 글로벌 에너지 패러다임 재편을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