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 격노설 진원지 조사”…특검, 문 대령 소환해 채상병 수사 외압 정조준
채상병 사망 사건을 둘러싼 외압 의혹의 핵심 인물들을 두고 특별수사팀과 군 인사들이 정면으로 맞붙었다. ‘VIP 격노설’을 둘러싼 증언과 녹취 파일이 재조명을 받으면서, 정국은 다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고 있다.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방첩사 출신 해병대 문모 대령을 소환하며, 국방부와 대통령실을 잇는 의혹의 연결고리에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지난해 채상병 사망 사건 당시 해병대에 파견됐던 국군방첩사령부 소속 문모 대령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문 대령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채상병 사건 초동 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을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에게 직접 들은 인물로 지목돼 왔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김계환 전 사령관의 휴대전화 복구 과정에서 문 대령과 김 전 사령관의 통화 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해당 녹음에는 “박정훈(당시 해병대 수사단장) 대령이 VIP 격노 사실을 알게 돼 이를 폭로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차단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화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김계환 전 사령관은 군사법원과 국회 국정감사 등에서 줄곧 격노설을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 23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점을 시인해, 사건의 흐름에 변곡점을 가져왔다.
문모 대령은 지난 2023년 7월 31일 있었던 대통령 주재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 직후, 동향 보고 문건을 작성한 인물로도 확인됐다. 특히, 해당 문건에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채상병 사망 사건 혐의자 목록에서 제외하라는 상부 지시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외압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특별검사팀은 문 대령을 상대로 ‘VIP 격노설’의 최초 유포 경로, 방첩사가 해당 사실을 언제, 어떻게 인지했는지, 그리고 임성근 전 사단장 제외 지시 등 수사 외압 연결 정황을 두루 확인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대통령실과 국방부, 해병대 간 핵심 인지 라인에 대한 추가 조사를 예고한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강도 높은 진상 규명 요구와 함께, 군내 기강과 대통령실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야당은 “대통령실이 사건에 직접 관여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며 연일 공세를 강화하는 반면, 여권은 “조작된 주장에 근거한 정치적 공격”이라고 맞서고 있다.
문 대령에 대한 특검팀 조사가 외압 의혹의 실체적 진실에 한 발 다가서게 할지, 여야의 격렬한 진실 공방이 정국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와 별개로 국회는 추가 증인 채택과 관련 법안 논의를 예고하며, 사건의 전면적 재조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