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규범과 담합 논의”…KISDI, 40주년 기념 컨퍼런스 산업적 과제 조명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이 IT와 디지털 산업 정책의 핵심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AI 시대, 바람직한 규범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학술 컨퍼런스를 연 것에 업계 이목이 집중된다. 이번 행사에서는 디지털 서비스가 창출하는 무형 가치와 경제적, 사회적 파생 효과,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의 가격 담합 행태, 그리고 금융위기 이후 한국 ICT 산업 정책의 실질 효과를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논의가 펼쳐졌다. 업계는 AI와 디지털 경제 규범 형성이 ICT 분야 혁신과 공정 경쟁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행사에서는 연소라 KISDI 부연구위원이 디지털 서비스의 사회적 후생을 조명했다. 그는 “온라인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 서비스의 비가시적 효용이 전통적 경제지표에 포괄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며,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연간 약 527조원(GDP의 21.9% 상당)에 이르는 소비자 후생이 창출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여러 서비스의 무형 가치가 경제적 평가에서 과소 산정되고 있다는 지적과 맞닿아 있다. 연 부연구위원은 “디지털 격차 해소 등 정책 대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사회 전체 후생의 공정한 분배가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ICT 산업에서 AI 기반 알고리즘 가격 담합이 새로운 경쟁 질서 위협임을 겨냥한 분석도 나왔다. 김규일 미시간주립대학교 교수는 “도구변수 기반의 RV-IV 검정법을 활용하면 복잡한 계량 모형 없이 AI 담합 행태를 간편하고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다”며, 기술 발전에 대응한 경쟁당국의 실증적 평가 역량 강화를 시사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가격 조정 논란이 미국 유럽 등에서 급부상 중이며, 데이터 분석력 및 법적 기반 강화가 필수 변수가 될 전망이다.
박민수 성균관대학교 교수는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한국 ICT 산업 정책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정책금융이 ICT 투자·생산성 향상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 금융지원이나 세제 혜택을 넘어 산업별 경쟁 구조와 특성을 반영한 전략적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도 AI 등 신성장 산업 지원에서 규제·윤리와 시장 자율성 조정에 힘을 싣는 추세라는 점에서, 국내 정책에도 균형 평가가 요구된다.
KISDI 이상규 원장은 개회사에서 “챗GPT를 비롯한 AI 기술이 경제·사회를 넘어 문화와 교육 등 우리 삶 전반을 바꾸고 있다”며, 산업‧제도 전반에 AI로 인한 긍정·부정 효과를 모두 고려한 규범 마련 필요성을 강조했다. 산업계는 이번 논의 성과를 바탕으로 AI를 둘러싼 윤리, 경쟁, 데이터 가치 등이 정책적으로 어떻게 해석·반영될지 주목하고 있다. AI 기술 발전 만큼이나 제도와 시장의 균형 설계가 향후 ICT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인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