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데몬 헌터스, 추다혜차지스”…무속의 마법→신화가 된 K콘텐츠 충격
서울 남산의 밤, 헌트릭스 보컬 루미가 악귀에 잠식당한 진우의 영혼을 노래로 어루만지는 생생한 장면에서 시작된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밴드 추다혜차지스의 무대는 한국 무속의 웅장한 힘을 K팝과 연결하며 전혀 새로운 문화 파장을 만들어냈다. 음악과 춤, 기예가 융합된 굿의 퍼포먼스가 아이돌 콘서트의 열광과 절묘하게 포개졌고, 관객들은 본능적으로 전통과 현재가 어우러지는 장면에 환호하며 깊게 몰입했다. 전통이 울리는 현장 한가운데서 탄생한 새로운 아이콘들은 단순한 오컬트가 아닌 치유와 해방의 서사로서 시대의 심리를 흔들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남산 서울타워와 같은 도심 풍경, 사자보이즈의 무대와 사인검·곡도·신칼 같은 전통 무기, 그리고 루미·미라·조이 역을 맡은 글로벌 아티스트의 호흡으로 단숨에 경계를 넘어섰다. 극의 연출은 무당 춤사위와 굿 의례를 아이돌의 성장 서사에 교차시켰다. 한편 다양한 K팝 사운드와 미국·영국 등 글로벌 차트에 진입한 OST의 폭발적 반응은 이 전통적 신화가 전 세계 청춘에게도 낯설지 않은 언어로 다가감을 입증했다. 매기 강 감독은 “굿이 한국 최초의 대중 공연이었다”며, 굿의 집단 솔직함과 여성 중심성을 작품에 투영했다고 밝혔다.

알터너티브 밴드 추다혜차지스는 여러 장르와 거침없이 결합하며 굿의 상징성과 의식을 현대적으로 부활시켰다. 이들은 1집 ‘오늘밤 당산나무 아래서’, 2집 ‘소수민족’ 등을 통해 무가와 샤머니즘을 사운드와 무대 위에 새롭게 펼쳐냈다. 보컬 추다혜는 “굿의 강렬한 예술적 감흥에 매료돼 퍼포먼스적 탐구를 거듭한다”고 전했다. 댄스 신에서는 ‘월드 오브 스트릿 우먼 파이퍼’의 ‘몽경-꿈의 경계에서’, 저승사자와 무당 등 상징이 집단적 카타르시스와 영적 자유의 이미지로 등장, 무속의 현대적 재탄생을 보여줬다.
드라마 ‘악귀’, 영화 ‘파묘’ 그리고 ‘신과 함께’ 등 영상 장르 또한 무속을 초월적 힘이자 사회적 변동, 여성 서사의 중심축으로 부각시켰다. 특히 과거 비과학적·금기시되던 무속이 이제는 사랑과 국가, 세계를 구하는 대서사의 아이콘으로 부상하며, 멋과 패션, 강렬한 비주얼로 숏폼 시대의 주목 받는 트렌드가 됐다. 평론가 임희윤과 신샘이는 불안한 시대, 무속은 인간에게 보이지 않는 희망과 상담 창구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장감 넘치는 굿 퍼포먼스를 현대 무대 예술로 재해석한 추다혜차지스와 악단광칠, 그리고 K팝 영화 속 슈퍼히어로로 등장한 여무당은 억압받는 존재와 약자, 여성의 목소리에 힘을 싣는 아이콘이 됐다. 성혜인 평론가는 이들 캐릭터가 새 시대의 문화 영웅으로 탈바꿈한다고 밝혔다. 무당과 굿의 상징은 이제 K콘텐츠의 가장 강렬한 미학이자 세계인이 열광하는 트렌드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무속과 굿은 영화, 음악, 댄스, 무대예술에 거침없는 변주를 선사하며,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추다혜차지스를 필두로 K콘텐츠의 차별화된 감성, 서사, 미학 경쟁력을 이끌고 있다. 전통의 영혼과 현대적 상상력이 만난 자리에서, K컬처의 새로운 물결이 잠들지 않는 밤을 계속해서 흔들고 있다. 한편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넷플릭스를 통해, 추다혜차지스는 국내외 주요 페스티벌, 온라인 공연 플랫폼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안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