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1.04% 급등·WTI 4.76% 하락”…뉴욕증시, 중동 휴전·반도체 강세로 투자심리 회복
불확실성에 휩싸였던 금융시장이 오랜만에 환한 숨을 내쉬는 밤이다. 뉴욕증권거래소의 3대 지수는 6월 24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휴전 발표와 주요 기술주의 급등 소식에 힘입어 동시에 상승 곡선을 그렸다. 투자자들은 그동안 억눌렸던 위험 선호 심리를 다시 한 번 펼쳐 보였다.
S&P 500 지수는 오전 10시 24분 기준 전일 대비 0.72% 늘어난 6,068.72포인트를 기록했으며, 나스닥종합지수는 1.04% 오른 19,834.57포인트에서 힘차게 거래를 이어갔다. 대형 우량주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도 0.61% 오르며 42,842.89포인트까지 나아갔다. 나스닥100 지수 역시 1.06% 상승함에 따라 기술주 강세가 뚜렷하게 드러났고, 공포지표로 불리는 변동성지수(VIX)가 8.88% 급락하며 18.07로 내려앉았다. 풍요롭고 확신에 찬 투자자 심리가 뉴욕을 감싸는 모습이었다.
![[표] 뉴욕증시 주요 지수](https://mdaily.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624/1750775754180_878138707.webp)
이 같은 상승세를 이끈 중심에는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극적 휴전 소식이 자리했다. 새벽 하늘을 가르며 전해진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유럽과 아시아 증시는 물론 원유 시장까지 일제히 긍정적 반응을 나타냈다. 원유 수송의 핵심 요지인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리스크가 옅어지며, 국제유가는 장중 4% 이상 낙폭을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는 배럴당 65.25달러로 4.76% 떨어졌고, 브렌트유 역시 68.09달러로 4.73% 하락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고, 기업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는 시간이었다.
시장을 이끈 주인공은 단연 반도체였다. HSBC가 브로드컴에 대한 투자 의견을 ‘매수’로 상향조정하면서, 브로드컴 주가는 3.72% 올랐다. 이 흐름이 반도체 업종 전반에 확산돼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2.73%나 급등했고, 엔비디아는 2.18%, TSMC는 3%, AMD는 5.31% 급등하며 기술주의 강인한 뿌리를 드러냈다. 금융주 역시 1% 넘는 오름세로 투자자 신뢰를 북돋웠다.
서학개미라 불리는 국내 투자자들의 자금도 반도체와 기술 대장주에 쏠렸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자료에 따르면, 6월 20일 기준 미국 주식 보관금액 상위 10개 종목 중 테슬라가 29조 6,308억 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나, 주가는 1.77% 하락한 342.52달러를 나타냈다. 반면, 2위를 기록한 엔비디아는 1.73% 오른 146.66달러에 거래되었고, 팔란티어 테크 0.96%, 마이크로소프트 0.39%, QQQ ETF 3.31%, 디렉션 세미컨덕터 불 3X 셰어즈 ETF 9.13% 등 주요 종목이 모두 상승 흐름에 동참했다.
기술주의 흐름은 11위부터 20위까지의 종목에도 이어졌다. 알파벳 A는 1.28%, 브로드컴 3.68%, 아마존 2.09%, 마이크로스트래티지 2.42%, 메타 플랫폼 0.99% 등 대형 테크 기업 전반에 매수세가 유입됐다.
이날 환율은 1362.2원으로 전일보다 10.3원 낮아졌고, 6월 24일 기준 미국 상위 50개 종목에 대한 국내 투자자 총 보관금액은 124조 7,538억 원이었다. 직전 거래일과 비교했을 때 4,453억 원 감소했으나, 이는 6월 20일 통계 기준으로 최근 실제 시장 움직임을 반영하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다만, 불확실성의 그림자가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다. 휴전 소식 직후 이란이 이스라엘 북부로 미사일을 발사했고, 이스라엘이 이를 요격하는 모습이 포착되며, 중동 지역의 위기감이 여전히 남아 있음이 확인됐다. 이스라엘은 추가 공격 가능성에 강경한 대응 의지를 내비쳤다.
한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하원 반기 통화정책 보고를 통해 “정책 변경 전에 경제 상황을 더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혀, 연준의 금리 인하 전망에 점진적 접근 방침을 분명히 했다. 보먼 부의장과 월러 이사의 최근 금리 인하 지지 발언 이후 연준 내 이견이 부각되는 시점에서 나온 파월의 발언은 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유럽 증시 역시 상승 분위기 속에 머물렀다. 유로스톡스50이 1.32%, 독일 DAX가 1.45%, 프랑스 CAC40이 1.00% 오르며 유럽 전역 투자심리가 회복세를 보였다. 영국 FTSE도 0.02%의 소폭 상승으로 뒤를 이었다.
이날 뉴욕의 밤길은 고요하다. 그러나 아직 불씨는 남아 있다. 중동 정세의 변화와 파월 의장의 발언, 그리고 다가올 주요 경제 지표 발표 등은 언제든 변동성의 파도를 불러올 수 있다. 투자자들은 짙어진 낙관과 남아 있는 경계심,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 켜진 새로운 등불 사이에서 합리적 선택을 준비해야 한다.
다가오는 오후, 연준의 추가 발언과 국제 정세의 흐름, 그리고 미국 경제지표 발표가 투자자들의 시계바늘을 다시 돌리고 있다. 시장이 품은 봄의 기운이 여름의 폭풍우로 바뀔 것인지, 아니면 더 완연한 안도감으로 이어질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