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12·3 내란 표현 처음 사용”…안규백 국방장관, 공식 연설서 정치적 메시지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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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충돌 지점이 또렷하게 드러났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공식 연설에서 처음으로 ‘12·3 내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군과 정치권 사이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 이후 명칭을 둘러싼 해석이 갈리면서 정부와 국회, 군 내부 분위기도 긴장 국면에 들어섰다.

 

안규백 장관은 30일 용산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식 훈시에서 “12·3 내란 이후 임명된 첫 합참의장으로서 국민의 군대를 다시 세운다는 시대정신을 가슴 깊이 새기고 사명처럼 안고 굳세게 나아가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국방장관이 ‘내란’이라는 표현을 공식석상에서 명확히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안 장관은 지난 7월 25일 국방장관 취임사에서 ‘12·3 비상계엄’ 및 ‘12·3 불법 비상계엄 사태’라고 언급해왔으나, 이날 연설에서 처음으로 ‘12·3 내란’을 직접 언급했다. 여당 국회의원이기도 한 안 장관의 이번 발언은 명칭을 둘러싼 정치적 신호로 해석됐다.

 

여야의 반응도 극명히 엇갈리고 있다. 국방부 ‘내란극복·미래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 출범을 계기로 국민의힘 소속 국회 국방위원들은 “아직 사법적 판단이 남아 있는 ‘내란’을 위원회 명칭으로 쓰는 건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에 비해 안 장관은 연설에서 해당 명칭에 힘을 싣는 행보를 보였다.

 

군 내부 분위기는 다소 신중하다. 진영승 합참의장은 같은 자리에서 “우리 군은 12·3 비상계엄을 극복하기 위해 혼연일체가 돼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야 하고, 다시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방비해야 한다”고 말하며 ‘12·3 비상계엄’ 표현을 사용했다. 군이 공식적으로 ‘내란’ 용어 통일을 결정한 것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표현 변화가 앞으로의 국방 정책, 사법적 판단 및 여야 간 정치적 공방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한다. 내란 대 내란극복 담론이 정국 이슈로 확산되는 가운데, 향후 국회는 군 관련 명칭과 진상규명위원회 운영 방향을 두고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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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규백#진영승#국방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