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거래일 연속 상승…코스피 2920 돌파, 외국인 자금 밀물→원전·방산·건설주 강세 분출
초여름 시장은 다시 한 번 격랑을 타고 흘러갔다. 6월 12일,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우상향 곡선을 그리며 온기 가득한 2,920을 넘어섰다. 닫힌 오후,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99포인트 오르고 2,920.03에서 숨을 고르며, 202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정점을 찍었다. 지난 3년 5개월 동안 잦아들었던 증시의 열기가 마치 오래 기다려온 여름 소낙비처럼 쏟아졌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단연 외국인의 매수 행진이었다. 장 초반 잠시 망설였던 외국인은, 오후 들어 견고한 매수세로 기세를 올리며 유가증권시장에서만 4,069억 원의 순매수를 기록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3,869억 원이 유입됐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1,791억 원, 2,375억 원을 팔아내며, 이 거센 물결 앞에 방어선이 되지 못했다. 외국인의 강력한 자금 유입은 7거래일 연속 이어지며, 시장을 상승의 물결로 밀어 올렸다.
![[표]투자자별 매매동향](https://cdn.presscon.ai/prod/129/images/resize/800/20250612/1749714364434_281372592.webp)
무게감을 더한 것은 지난 한 달간의 수급 변화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9일부터 6월 11일 사이 외국인은 5조 3,755억 원을 순매수했다. 이에 맞서 개인은 무려 6조 5,920억 원 어치 주식을 내어놓으며 자리를 비웠다. 기관 역시 1조 6,719억 원을 매수했지만, 외국인의 기세에는 미치지 못했다. 자금의 방향은 세계 자본과 국내 투자자 사이에 뚜렷한 간극을 남겼다.
종목별로 시장의 일렁이는 양상이 뚜렷했다. 외국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차, 현대건설, 기아 등 경기민감주와 방산·자동차 대형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219억 원, 현대차는 611억 원이 몰렸다. KB금융, 삼성중공업, 네이버, 삼성전자, LG씨엔에스 등으로 확산된 자금도 주목할 만했다. 반면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등 일부 종목은 매도 대상으로 올랐다. 외국인 수급 변화는 지정학 리스크에 대한 대응과 함께, 방산·자동차·건설 업종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기관의 움직임은 대조적이다. 한화오션, LG에너지솔루션, HD현대일렉트릭 등에서는 매수세가 포착됐지만,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등은 차익 실현 매물이 우위를 점했다. 업종별로도 일부 종목은 기관의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됐다.
시장의 또 다른 화두는 지정학적 불안과 연동된 업종 순환이었다. 중동 군사적 긴장 심화와 맞물려 방위산업주가 강한 흐름을 보였고, 미국 오클로와 한국수력원자력의 협력 소식은 원전 업종의 급등으로 이어졌다. 이 날, 한전기술이 25.63% 오르고, 한전산업, 두산에너빌리티도 나란히 상승했다. 방산 대장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30%, 한화오션 5.79%, 현대로템 5.15% 뛰어오르며, 국방 테마에 대한 관심이 매수 행렬로 연결됐다.
반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KB금융 등 일부 대형주는 차례로 하락했다. 신한지주와 삼성물산까지 2% 넘게 조정받으며, 대형 금융과 건설주의 불안감이 묻어났다.
업종별로 봤을 때, 기계장비, 건설, 운송장비 등 경기민감주가 두드러진 강세를 보인 반면, 종이목재, 유통, 제약주는 다소 움츠러든 흐름을 나타냈다. 건설업종의 경우 현대건설, 남화토건 등과 더불어 남북 경협 기대까지 수면 위로 재부상했다.
온기가 번진 곳은 비단 코스피만이 아니다. 코스닥 역시 같은 날 3.16포인트 오르며 789.45로 마감했다. 개인 투자자가 393억 원 어치를 사들이며 시장을 이끌었고,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92억 원, 90억 원을 팔았다. 젬백스, 신성델타테크 등은 두 자릿수 급등세를, 아난티, 좋은사람들, 남화토건 등은 남북 이슈에 힘입어 주목을 끌었다.
거래대금을 보면, 이날 코스피가 17조596억 원으로 17조 원대를 돌파했다. 유동성은 또다시 충만해졌고, 투자자의 기대감도 한계선 너머까지 차올랐다.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에서도 8조 9,582억 원이 거래됐다. 장외 시장까지 자금의 숨결이 확장된 셈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증시가 혼조세인 가운데서도, 국내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새로운 기회의 문으로 바꿨다고 진단했다. 방산과 원전 업종의 차별화된 흐름이, 코스피 전체에 독특한 상승 리듬을 부여했다고 평가했다.
이날 한국 증시의 저변에는 세계와 지정학의 바람,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자금, 업종별로 교차하는 희비가 조용히 깔려 있었다. 투자자들은 이 흐름 속에서 새로운 주도주의 탄생과 정체된 자금의 방향 전환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주 예정된 미국의 정책 발표와 추가 지정학 이슈가, 또 어떠한 파문을 일으킬지 시장은 숨을 고르며 새로운 장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