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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색소 괜찮나”…식품업계, ADI 관리 내세워 안전성 강조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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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욕을 자극하는 화려한 색을 내는 식용색소를 둘러싸고 위해성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메롱바 등 인기 아이스크림에 사용된 색소 성분을 두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자, 식품업계와 규제당국, 의료계의 시각 차이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일일섭취허용량 관리 체계를 강조하고 있고, 업계는 법적 기준 이내 사용을 반복해서 설명하는 중이다. 반면 의료계 일각에서는 일부 타르계 색소의 독성 보고를 들어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쪽이 안전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색소 기술과 독성 평가, 식품 표시 정책이 소비자의 신뢰 확보라는 과제와 맞물리는 양상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식용색소는 식품에 새로운 색을 부여하거나 조리와 가공 과정에서 손상된 본래 색을 복원하는 식품첨가물이다. 국내에서는 인체에 유의미한 위해를 주지 않는 수준에서 사용량과 사용 대상 식품을 제한해 관리하는 체계를 두고 있다. 특정 물질에 대해 독성 시험을 시행한 뒤 인체에 해가 없다고 판단되는 양을 토대로 일일섭취허용량 ADI를 설정하고, 이 기준을 넘지 않도록 제품 설계와 제조를 규제하는 구조다. 식약처는 ADI 이내 섭취라면 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식품 제조 현장에서는 천연색소와 인공색소가 병행 사용된다. 클로로필, 카로티노이드, 안토시아닌, 플라보노이드와 같은 천연색소는 식물 유래 성분으로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높다고 여겨지지만, 열과 빛, 산도 변화에 취약해 조리나 장기 보관 과정에서 쉽게 변색될 수 있고 원가도 높은 편이다. 업계가 타르색소를 포함한 인공색소를 선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공색소는 화학 구조를 설계해 내열성과 내광성, pH 변화에 대한 안정성을 조절할 수 있어 제품 색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

 

의료계에서는 식용 타르색소의 원료와 독성 특성에 주목하고 있다. 타르색소는 석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벤젠, 크실렌, 톨루엔, 나프탈렌 등 방향족 탄화수소를 기반으로 합성한 색소류로, 식품에 쓰이는 물질은 허가 절차를 거친 수용성 산성색소다. 각각의 화학구조에 따라 열과 빛, 강산과 강알칼리, 환원 환경에 대한 안정성이 달라 식품 특성에 맞춰 선택적으로 사용된다. 다만 일부 타르색소의 경우 동물실험이나 역학 연구에서 간독성, 혈소판 감소증, 천식, 발암성 등 잠재적 부작용이 보고된 바 있어 논쟁이 반복돼 왔다. 의료계는 법적 기준에 맞춰 사용된다고 해도 가공식품을 과도하게 섭취할 경우 장기간 누적 노출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며, 특히 성장기 어린이와 알레르기 질환자라면 섭취 빈도와 양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타르색소와 대비되는 개념인 비타르계 색소는 자연계에서 얻은 색소 성분을 기반으로 수용성과 안정성을 개선하기 위해 비교적 단순한 화학 처리를 한 물질을 가리킨다. 베타카로틴, 수용성 안나토, 클로로필 등이 대표적이다. 합성 경로가 단순하고 독성 프로파일이 비교적 명확하게 파악돼 있어, 규제기관과 의료계 모두 타르색소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우호적인 평가를 내리는 편이다. 다만 비타르계 색소 역시 사용량 상한과 허용 식품군이 설정돼 있어 무조건 ‘무해’하다고 보기는 어렵고, 최종 제품의 전체 첨가물 조합과 섭취 패턴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육류 가공 분야에서는 색소 자체뿐 아니라 발색제가 함께 논의된다. 햄과 소시지 등 제품의 붉은색은 미오글로빈과 헤모글로빈 같은 육류 색소단백질이 가열과 산화 과정을 거치며 변색되는 특성을 가진다. 발색제는 이 색소단백질과 화학적으로 결합하거나 반응해 색을 안정화하고 선명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서 흔히 사용하는 아질산나트륨과 질산나트륨은 단순 착색을 넘어 육색 고정, 풍미 증진, 지방 산패 억제, 식중독 미생물 증식 저해 등 기능을 가진 첨가물이다. 독성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엄격한 사용기준이 설정돼 있지만, 국제적으로도 과량 섭취 시 체내에서 발암성 이론이 제기된 니트로소화합물 형성 가능성이 논의돼 온 만큼, 가공육 소비를 줄이려는 움직임과 함께 항상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규제 측면에서 식용색소 관리의 핵심 도구는 ADI와 표시제도다. ADI는 평생 매일 섭취하더라도 건강에 유의미한 위해를 주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1일 최대 섭취량을 의미하며, 식품별 사용 허용량과 허용 색소 종류 설정의 기준이 된다. 국내에서는 타르색소를 비롯한 식용색소 사용 시 원재료명과 용도를 제품 포장지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특히 식용 타르색소가 사용된 가공식품에는 색소 명칭과 사용 목적을 병기해야 해, 소비자가 스스로 정보를 확인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다만 글자 크기와 위치, 전문용어 사용 등으로 인해 실제 구매 상황에서 소비자가 내용을 세밀하게 읽기 어렵다는 지적도 반복되고 있다.

 

해외에서는 유럽연합을 중심으로 일부 타르색소에 대해 경고 문구 표시나 사용 제한을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난 바 있다. 특정 색소와 아동 과잉행동 간 연관성을 언급한 연구 결과 이후, 관련 색소를 사용한 제품에 추가 경고 문구를 붙이거나 대체 색소 전환을 권고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유럽과 동일 수준의 과학적 근거를 검토해 관리 기준을 유지해 왔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 단체와 일부 학계에서는 장기 복합 노출 연구를 확대하고 예방적 관점에서 허용 기준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색소 자체의 독성 여부 못지않게 섭취 패턴을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양한 가공식품에 여러 종류의 색소와 발색제가 복합적으로 쓰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일 제품이 기준치를 지키더라도 다수 제품을 반복 섭취할 때의 누적 섭취량 관리가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성인보다 체중 대비 섭취량이 큰 영유아와 어린이, 알레르기·호흡기 질환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수적 접근도 요구된다. 의료계에서는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고 원재료 본연의 색을 유지한 식품을 우선 선택하는 식습관이 장기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결국 식용색소를 둘러싼 논쟁은 과학적 안전 기준과 소비자 체감 불안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줄일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업계는 규제 기준 준수와 품질 관리를 강조하고, 규제기관은 독성 데이터와 ADI 체계를 내세우지만, 소비자는 원재료 표시와 연구 결과를 토대로 스스로 위험을 가늠해야 하는 구조다. 식품업계와 당국, 의료계가 독성 정보와 사용 현황을 보다 투명하게 공유하고,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색소 정보를 제공하는 소통 방식이 요구된다. 산업계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색소 사용 관행과 표시 제도를 재정비할지, 또 소비자의 선택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주목되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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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용색소#메롱바#타르색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