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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마루의 소리꽃”…전통과 일상 잇는 국악축제의 풍경 → 남원에서 만난 깊은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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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마루의 소리꽃”…전통과 일상 잇는 국악축제의 풍경 → 남원에서 만난 깊은 울림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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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남원 운봉 황산대첩비지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정통 국악이라 하면 낯설고 먼 이야기였지만, 이제는 세대와 일상을 이어주는 축제의 현장이 됐다.

 

‘동편제국악축제’가 전북 남원에서 다시 열린다. 구불구불 가산화수길을 지나 지리산 품에 안긴 황산대첩비지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진 무대가 펼쳐진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소리의 결을 따라 작은 산책을 즐기며, 판소리와 해금, 대금, 장단, 그리고 트로트까지 다채로운 우리 음악에 흠뻑 젖는다. 소리꽃가객단, 해금 연주자 원나경, 판소리의 정은혜, 고수 김인수 등 전통을 잇는 명인들과 신세대 국악인들이 한자리에 모이다 보니, SNS엔 ‘정자마루콘서트 인증샷’이 쌓여간다.

정자마루 콘서트부터 명인 무대까지…‘동편제국악축제’ 전북 남원에서 열린다
정자마루 콘서트부터 명인 무대까지…‘동편제국악축제’ 전북 남원에서 열린다

이런 변화는 숫자나 기록을 넘어 현장에서 체감된다. 최근 남원 운봉 황산대첩비지를 찾은 방문객 중에는 어린 자녀와 함께 국악을 접하는 가족, 판소리의 매력에 빠진 청년, 해마다 공연을 빼놓지 않는 은퇴자까지 다양하다. 축제의 저녁 무대에서 송가인의 목소리로 전통과 대중이 어우러지고, 세대별 관객의 박수와 환호가 서로를 감싸 안는다.

 

국악교육자 배윤수 씨는 "오랜 시간 쌓인 전통의 울림이 이제는 지역 사회의 일상이 되고 있다"며, “국악의 본질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다리”라고 표현했다. 실제로 기자가 현장을 둘러보니, 관객들은 무대가 끝난 뒤에도 동네 주민과 예인들이 어울려 소리를 나누고, 자연스레 일상 이야기로 공연의 여운을 이어간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자연에서 듣는 소리가 이렇게 따스할 줄 몰랐다”, “명인들의 눈빛에 담긴 세월이 진하게 와닿았다”, “아이와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었다” 등, 축제를 직접 경험한 사람들의 고백이 이어진다. 특별한 음악회라기보다 동네잔치 같은 편안함, 누군가의 삶에 녹아든 국악의 온도가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체감된다.

 

작고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엔 삶의 태도가 묻어난다. ‘동편제국악축제’의 현장은 단지 전통음악의 계승이 아니라, 세대와 지역, 그리고 일상과 예술이 만나 새로운 관계를 짓는 자리다. 자연 속에서 만난 우리 소리의 깊은 울림처럼, 국악은 지금 누군가에겐 일상을 바꾸는 작은 기호가 돼가고 있다.

강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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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편제국악축제#정자마루콘서트#송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