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 첫걸음 잘 뗐다”…조현 외교부 장관, 한미일 협력·기술 협력 확대 시사
한일관계 개선을 둘러싼 조현 외교부 장관과 일본 현지 외교 당국이 맞붙었다. 한일·한미일 협력, 그리고 미측에 제안될 기술 협력 의제를 두고 양국 외교 현장에서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 장관이 30일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밝힌 구상과 미국 출국 전 발언이 공개되며 한일관계의 진전과 향후 외교 이슈가 정국 격랑에 휩싸였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간담회에서 “일본 측에 한일관계를 미래 지향적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했다”며 “급변하는 국제정세에서 적어도 한일관계는 첫걸음을 잘 뗐다고 자평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미일 협력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했고 구체적 내용은 더 채워 가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지난 21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해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과 회담, 이시바 시게루 총리 예방 등의 일정을 소화한 뒤 미국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과의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위해 출국했다.

조 장관은 현지 간담회에서 “국제정세가 혼란스럽고 어려운 상황에서 우방국과 서둘러 정세 대응, 양자 관계를 협의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셔틀외교'를 먼저 언급했고, 여러 건설적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방문 기간 일본과 한일관계, 한미일 협력 방안을 비롯해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동북아 정세, 청년 교류까지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고 부연했다.
한편 조 장관은 "실존하는 위협이지만 대화를 통해 지역 안정을 꾀한다는 측면에서 북한에 대해 논의했고, 일본이 품고 있는 중국에 대한 우려도 들었다"고 밝혔다. 미국 방문에서도 한미일 협력은 물론, 안보 동맹·한미 자유무역협정에 이은 새로운 협력 축으로 인공지능 등 기술 분야의 구체적 협력을 마코 루비오 장관에게 제안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한미 무역 협상이 원만히 타결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실무 현안으로는 한일 전용 입국심사 연장 운영에 일본과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알렸다. 한국과 일본은 수교 60주년을 맞아 김포·김해공항, 하네다·후쿠오카공항에서 한 달간 양국민 전용 입국심사대를 운영한 바 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을 찾는 일본인보다 일본을 방문하는 한국인이 많아 한국인 편익이 커 제도 연장을 추진한다”고 전했다.
또한 현안 중 하나인 사도광산 추도식 문제에 대해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고, 실무 단계에서 더 논의해야 한다"며 지난해와 같은 불협화음 재발 방지를 강조했다. 한일 정상의 셔틀외교 재개 시점에 대해선 "상황에 따라 언제든 열릴 수 있다"고 전했다.
관세 등 미일 간 경제 협상에 대해서는 "일본 측 설명을 들었고, 워싱턴에도 이미 공유된 사안"이라며, 한미 무역 협상의 일정 역시 "8월 1일을 데드라인으로 순조롭게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 무역 협상 의제로는 조선 분야 등 기술 협력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거론됐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일본 일정 이후 미국에서 한미일 연대, 기술 분야 협력, 무역 이슈의 원만한 타결을 위해 외교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정치권과 현장에서는 한일관계 복원과 더불어 한미일 협력이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