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신사업 가속”…제약사, 성장동력 재편 나선다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 도입이 제약 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대웅제약, 동아에스티, 유한양행 등 주요 기업들이 각자의 역량을 기반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산업 내 판도가 재편되는 양상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에 따르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약 2408억5000만 달러(326조7000억원)에서 연평균 21.1%의 고성장세를 지속, 2033년엔 약 1조6351억1000만 달러(2219조5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최근 사업 강화 움직임을 ‘디지털 혁신 경쟁’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대웅제약은 스마트병원 시스템 구축을 위한 ‘씽크(ThynC)’ 솔루션 중심의 생태계 조성에 나섰다. 지난 해 씨어스테크놀로지와의 공급 계약을 계기로, 환자 심박수·산소포화도·호흡수 등 주요 생체 신호를 웨어러블 기기로 실시간 수집해, 의료진이 24시간 중앙 모니터로 관리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반지형 연속혈압계 ‘카트원BP’를 연동, 환자 상태 통합관리를 추진한다. 대웅제약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스카이랩스와 판권 계약을 맺었으며, 카트온(CART ON) 신제품을 9월 출시할 예정이다. 퍼즐에이아이·씨어스테크놀로지와의 3자 협업을 통해서는 생성형 인공지능 기반의 음성인식 의무기록 자동화까지 통합하는 스마트병원 플랫폼을 선보일 계획이다.

동아에스티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메쥬와의 판권 계약 이후, 브라질을 비롯해 원격 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하이카디 플러스(HiCardi+)’를 선보였다. 하이카디 플러스는 웨어러블 패치와 스마트폰을 활용해 심전도·심박수·체온·호흡 등 생체신호를 시간과 장소 구애없이 다중 환자에게서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는 시스템으로, 중남미를 포함한 지역 확대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오상헬스케어의 기술로 개발된 개인용 혈당측정기 ‘유한당체크’를 출시하며 당뇨, 만성질환 관리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미 2022년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휴이노와 손잡고 심전도 모니터링 의료기기 ‘메모 패치’ 유통을 개시, 약국 기반 헬스케어 포트폴리오의 확장도 예고했다.
특히 이번 전략들은 기존 제약 산업의 처방·유통 구조를 넘어서 AI, 웨어러블, 데이터 기반의 진단·관리·기록 자동화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제시했다. 미국, 유럽에서는 구글, 피트빗, 닥터온디맨드 등 빅테크·디지털 헬스 선두기업이 이미 글로벌 시장을 선점 중인만큼, 국내 기업의 협업 기반 모델과 신제품 출시 속도 역시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한편 디지털 헬스케어는 데이터 보안·의료윤리·인증절차 등 규제 이슈도 내포한다. 식약처·복지부의 의료기기 인증, 개인정보 보호 준수와 더불어, 실제 의료급여·보험 적용 가능성 등이 산업 생태계 변화의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헬스케어의 상용화가 제약 산업의 경계 자체를 바꿀 수 있다”며 “국내 기업들이 플랫폼, 글로벌 유통, 인공지능 등에서 복합혁신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신기술들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