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교육예산 대거 삭감했다”…울산 동구 진보당 구청장과 국민의힘 의회 정면 충돌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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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예산 삭감을 둘러싼 갈등이 울산광역시 동구에서 격화됐다. 진보당 소속 정천석 구청장이 이끄는 동구청이 내년도 교육·체험 관련 예산을 대폭 줄이자, 국민의힘 소속 동구의회 의원들이 정면으로 반발하고 나섰다. 여야 구도가 뒤바뀐 기초자치단체에서 집행부와 의회 간 정치적 충돌 양상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소속인 울산광역시 동구의회 박경옥 의장과 박은심·강동효·임채윤 의원은 27일 울산광역시 동구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내년도 동구 교육·체험 관련 14개 사업 예산이 전액 또는 부분 삭감됐다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박경옥 의장 등은 기자회견에서 “아동·청소년의 성장과 배움을 책임져온 14개 사업이 전액 또는 부분 삭감됐다”며 “이는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아이들의 미래 기반을 흔드는 구조적 붕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예산 편성 과정에서의 사전 협의 부재와 삭감 사유 누락을 지적하며 집행부 책임을 물었다.

 

국민의힘 동구의원들에 따르면 전액 삭감된 사업은 총 8개다. 학생자치회 활동 지원, 학교 안 예체능 1인 1 특기 지원, 동그라미 배움터, 우리 동네 숲 탐험대, 학교를 바꾸는 시간, 교육 발전 토론회, 방학 영어 캠프, 청소년 예술 성장학교 등이 모두 예산이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학교 교육경비 보조, 생존수영 교육지원, 스포츠 재능발견 등 6개 사업도 일부 감액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사업은 동구 지역 학생들의 교과 외 활동과 기초 안전교육, 재능 발굴 지원을 위해 추진돼 온 만큼, 교육 현장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의원들은 특히 사업 성격에 따른 예산 조정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다. 이들은 “아이들에게 직접 제공되는 교육·체험 프로그램은 대거 삭제하면서 마을교사 동아리 관련 예산 9천만원은 전액 유지됐다”며 “어떤 기준으로도 설명하기 어려운 기형적 예산 편성”이라고 주장했다. 구체적인 평가 지표나 주민 의견 수렴 없이 특정 사업만 유지됐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를 강조했다. 박경옥 의장 등은 “이러한 대거 삭감에도 우리와 사전 소통이 없었고 예산서에도 삭감 사유가 없다”며 “동구청은 삭감된 교육 예산을 전액 복구하고 대규모 삭감의 사유와 기준을 주민 앞에 명확히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동구청이 의회와의 협치를 외면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동구청은 같은 날 입장을 통해 예산 삭감이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동구 내년 교육예산은 일반회계 대비 1.2% 규모로 울산지역 타 구·군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삭감된 사업들은 기존 협력 기관 측 사정, 참여율 저조, 학생 수 감소 등 사업별 상황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 예산 규모와 비교하면 교육예산 비중은 오히려 높은 편이라는 주장이다.

 

마을교사 동아리 예산이 온전히 유지된 배경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시교육청과 협력해 추진하는 서로나눔교육지구사업의 일환으로 시교육청과 사업비를 일대일로 매칭해야 해 유지했다”며 “외부 체험활동 기피 분위기가 확산된 상황에서 요리, 바느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학교 안에서 안전하게 진행할 수 있어 교사와 학생 선호도가 가장 높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사업 성격과 재원 구조가 다른 만큼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소통 부재를 둘러싸고도 양측 주장은 엇갈렸다. 박경옥 의장 등은 사전 논의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동구청은 “소통이 없었다는 의회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맞섰다. 동구청 관계자는 “여러 차례 설명하려 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최근 행정사무 감사에서 설명 청취를 거부하고 담당 부서에 퇴장을 요구하기까지 해 대화는 물론 감사 진행도 원활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집행부와 의회 간 해석 차이가 커지면서, 내년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정치적 공방이 거세질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체험 관련 사업의 실질적 효과와 우선순위를 둘러싼 평가도 엇갈리는 만큼, 향후 예산특별위원회 논의에서 사업별 성과 자료와 참여율 통계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울산광역시 동구의회는 향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삭감된 교육 예산의 복구 여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동구청도 재정 여건과 사업 성과를 근거로 한 방어 논리를 강화하고 있어, 정치권은 교육 예산을 둘러싼 갈등이 지역 정치 지형과 내년 지방 정치 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조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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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동구청#국민의힘동구의회#교육예산삭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