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 우주발사 시대”…한화, 누리호 4차 제작 총괄 → 한국형 뉴 스페이스 전환
초저온 산화제 충전 소리와 함께 누리호 4차 발사체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에서 위용을 드러냈다. 본격적인 민간주도 우주발사 시대를 여는 움직임이다. 2022년 체계종합기업 선정, 2023년 기술이전 계약을 거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번 4차 발사체를 총괄 제작했다. 업계는 이번 발사를 ‘국내 민간 우주산업 도약의 분기점’으로 본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4호기는 핵심 구성품 제작, 입고, 총조립과 현장 공정 관리까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수행했다. 3차까지는 항공우주연구원이 총괄했으나, 4차부터 민간이 주도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이번 4호기 제작은 순천 사업장 단조립을 포함, 실제 스페이스 산업 내 민간 역량 주도 전환을 상징한다.

누리호 4차 발사 과정에서는 WDR(Wet Dress Rehearsal)이 이목을 끈다. WDR은 발사체와 발사대 시스템의 실결합, 극저온 상태 산화제(영하 183도) 충전을 통한 건전성 점검 절차다. 실제 위성, 화약류 등은 미탑재 상태로 진행돼 발사 안정성과 시스템 신뢰성을 집중적으로 검증한다. 약 일주일간의 WDR 결과 분석, 발사관리위원회의 공식 검토를 거쳐 11월 중하순 예정 발사일이 최종 확정된다.
이번 4차 발사에는 577.5kg의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대학·연구소·기업이 개발한 큐브위성 12기가 나란히 실린다. 3호기는 600km 태양동기궤도에서 1년 간 오로라·대기광 관측, 자기장·플라즈마 측정, 바이오 기술 검증 임무를 맡는다. 초소형 큐브위성들도 해양예측, 부품검증, 영상촬영 등 국내 우주 기반 신시장 발굴의 기폭제로 기대된다. 실제 위성 총 중량, 탑재 목표도 3차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번 발사가 민간 우주기술 실증에 방점이 찍힌 셈이다.
글로벌 우주 산업은 이미 민간기업의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된 상태다. 미국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유럽의 아리안그룹 등이 상업화 주도권을 다투고 있다. 이번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항우연 간 역할 전환은 국내도 이를 따라 뉴 스페이스 전환에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한편 우주항공청, 항우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차, 6차 발사도 민간 중심 제작·운영 역량을 확장할 계획이다. 5차 발사는 순천 사업장에서 단조립, 나로우주센터에서 최종 조립 및 발사로 이어질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민간이 발사체 총제작, 조립, 발사운영까지 주도하는 환경 변화가 한국 우주산업 경쟁력 제고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산업계는 누리호 4차 기술이 실전 공간에서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정책·제도와의 조화가 어떻게 추진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