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종식·헌법 수호”…여야, 개천절에도 정면 충돌
개천절을 맞은 3일, 분열된 국정 운영 방향과 역사 인식 차이에 여야가 다시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홍익인간 정신의 계승을 주장하면서도 상대 진영을 겨냥한 공세를멈추지 않았다. 국정 운영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가 명절 정치권 풍경을 좌우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공식 논평을 내고 “제4358주년 개천절을 맞아, 내란의 완전한 종식과 국민 통합을 통한 진짜 대한민국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과 국민주권 정부는 홍익인간과 이화세계의 정신을 바탕으로 분열된 국민 마음을 치유해 더불어 사는 진짜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문 대변인은 과거 국난 극복의 경험을 상기시키며, “대한민국은 국민과 함께 끊임없이 국난을 극복해 왔다. 외세에 빼앗겼던 주권을 되찾았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를 다시 세웠으며, 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쟁취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제 위기나 코로나19 같은 외부 충격도 국민 모두의 힘으로 이겨냈고, 지난 겨울 12·3 불법 비상계엄도 결국 국민이 있었기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국민 통합과 주권의 대중적 가치를 재차 부각하며 정국 주도권 확보를 꾀하는 모습이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 조용술 대변인은 “개천절의 참된 의미는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세우자는 데 있다”며 정부·여당의 정책 기조에 날을 세웠다. 그는 “이재명 정권은 불리한 여론을 억누르고 건국 정신을 거스르고 있다”며 “정권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국민의 입을 막는 행위는 단군 건국의 뜻을 짓밟는 것이자 자유민주주의 근간을 허무는 폭거”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표현의 자유가 훼손되고 법치가 편향적으로 작동하는 사회는 온전한 자유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은 ‘홍익인간’ 정신을 국민 중심 가치로 해석하며 “대한민국의 헌법 가치를 지키고, 국민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를 끝까지 수호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개천절이라는 의미 깊은 국경일에도 국정 운영 주체와 민주주의 구현 방법론을 둘러싸고 양 진영의 해석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정치권은 개천절 메시지를 통해 또다시 대립과 갈등의 본질을 드러냈다. 여야 지도부는 각각 국민 통합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내세웠으나, 명절의 민심을 누가 더 선점할 수 있을지는 향후 정치 일정에서 계속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국회는 연휴 이후 쟁점 법안 및 현안 토론에서 기싸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