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타이드 플랫폼 결합”…HLB, HLB사이언스 흡수합병으로 신약 개발 본격화
신약개발 집중화가 바이오 산업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고 있다. 항암제 개발사 HLB와 펩타이드 기반 신약 전문 기업 HLB사이언스가 흡수합병을 통해 신약 R&D 역량을 결집하고, 산업 내 차별화된 경쟁 구도를 예고했다. 두 회사는 17일 이사회를 열고 합병 안건을 결의하며, 바이오 시장에서 연구개발 최적화를 향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플랫폼 기반 신약개발 경쟁 전환점’으로 분석하고 있다.
HLB는 이번 합병을 통해 HLB사이언스의 펩타이드 기반 후보물질 탐색과 초기 신약개발 플랫폼을 자사 항암제 임상개발 경험과 결합, 각기 다른 파이프라인의 시너지를 노린다는 전략이다. 합병 방식은 상법상 소규모 합병으로 HLB가 존속법인, HLB사이언스가 소멸법인이 된다. 합병 비율은 HLB사이언스 1주당 HLB 0.0446318주로 산정됐고, 신주 79만6312주가 발행된다. 합병기일은 2025년 1월 1일이다.

펩타이드는 생체 내 신호전달과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짧은 아미노산 서열로, 최근 난치성 질환 치료제의 신약 후보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HLB사이언스는 이 플랫폼으로 패혈증 등 치료가 난항을 겪는 분야에 접근해 왔으며, HLB가 보유한 항암제 임상경험(후보물질 디자인, 임상 단계별 R&D 등)과 접목할 경우 파이프라인의 확장성과 초기 후보물질의 사업화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번 합병 구조는 별도 대규모 주주총회 없이 이사회 결의만으로 완결돼 절차상 신속성을 확보했다.
글로벌 바이오텍 시장에서는 항암제와 희귀·난치성 질환 신약 파이프라인의 융복합이 가속화되는 추세다. 미국, 유럽 기업들은 플랫폼 통합 M&A를 통해 기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이번 HLB 합병도 미국 애브비(AbbVie)의 소규모 바이오텍 인수 전략과 유사한 맥락으로 해석된다.
한편 국내에서는 소규모 합병 절차에 대한 투자자 보호 이슈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HLB사이언스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을 부여했으나, 신약개발 특성상 R&D 중심 구조로의 전환이 투자 안정성에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식약처 등 당국 내에서는 신약 후보물질의 전주기(탐색-전임상-임상) 평가에서 플랫폼 기술 간 융합 임상사례 분석 기준 강화 움직임도 논의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합병 이후 펩타이드 기반 초기 후보와 항암제 임상 경험의 유기적 결합이 실제 신약개발 기간 단축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며 “신약 투자 활성화와 R&D 리스크 공존이라는 산업적 과제가 병행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M&A가 바이오기업의 R&D 효율과 파이프라인 확장의 시험대로 작용할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