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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령 장관, 계엄국무회의 머릿수 동원 고백”...윤석열 전 대통령실, 파장 커지는 무력감→국민적 논쟁 확산
정치

“송미령 장관, 계엄국무회의 머릿수 동원 고백”...윤석열 전 대통령실, 파장 커지는 무력감→국민적 논쟁 확산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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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의 무거운 공기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송미령의 고백으로 다시 한 번 가라앉았다. 지난해 말, 송 장관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출석해 비상계엄 국무회의에 동원된 후 느낀 무력감과 국민에 대한 죄송함을 담담하게 털어놓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이 주도한 당시 광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송 장관은 “계엄에 동의하지도, 동조한 적도 없지만 끝내 막지 못해 죄송하다”며 내면의 무능감과 분노까지 토로했다.

 

계엄령 직전 상황은 분주하게 흘러갔다. 울산에서 김장 행사를 마친 송 장관은, 밤이 깊어가는 시간 김포공항을 거쳐 대통령실에 부름을 받고 급거 이동했다. 서울로 오던 중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연락을 받았고, 송 장관은 이 전 장관이 말없이 회의장을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실에 도착한 두 사람은 국무회의를 알리는 과정도, 명확한 회의 안건도 듣지 못한 채 당혹스러운 공기 속에 앉아 있었다. “머릿수를 채워주기 위해 동원된 것 같았다”는 송 장관의 고백은, 단순한 절차적 문제를 뛰어넘어 장관 스스로도 자신의 역할을 의심케 만들었다.

송미령 장관, 계엄국무회의 머릿수 동원 고백
송미령 장관, 계엄국무회의 머릿수 동원 고백

엄중했던 그 순간,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송 장관에게 “들어오라” 연락했고, 송 장관이 강제로 이끌린 듯 국무회의 방에 들어섰을 땐 이미 윤석열 전 대통령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자리해 있었다. 회의장 분위기는 곧장 차갑게 얼어붙었다. “지금 어떤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라는 질문에 이 전 장관은 ‘계엄’이라는 두 글자를 내뱉었고, 송 장관은 ‘막아야 한다’는 충격과 두려움에 억눌린 감정을 겨우 토로했다. 송 장관은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했다.

 

더구나 “국무회의가 제대로 시작됐는지, 어떤 안건이 오고 갔는지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고, 회의의 종료 역시 알리지 않았다”는 송 장관의 진술은 국무회의 절차 준수 논쟁에 불을 지폈다. 국무위원들은 누구도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내지 못했고, 대통령의 결정 앞의 침묵은 곧 결과로 이어졌다. 이후 송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도 양곡관리법 거부권 등 주요 국정 현안에 관한 독대를 경험했다고 전했다.

 

계엄국무회의의 정당성과 절차적 타당성에 대한 논란, 그리고 머릿수로 동원된 국무위원들의 무력감 고백은 윤석열 전 대통령 체제에 대한 국민의 신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사안이 정부 내 민주적 절차와 국무위원 권한의 본질을 되묻는 지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현재 국회는 계엄 관련 절차 개선과 책임소재 명확화를 위한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윤지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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