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갛게 물든 들판”…한우와 사과, 그리고 온 가족의 맛있는 가을 소풍
가을이 오면 장수의 들판이 붉게 물든다. 요즘에는 한우와 사과, 그리고 토마토와 오미자가 주인공이 돼 온 가족이 손을 잡고 걷는 축제장 풍경이 익숙해졌다. 한때 마을 행사로 여겨졌던 장수한우랑사과랑축제가 이제는 삶에 스며든 계절의 일상이 됐다.
축제장에선 따뜻한 햇살 아래 한우 시식이 줄을 잇고, 아이들은 사과공예 체험 부스 앞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른다. SNS에는 사과팔찌를 손수 만든 인증샷이나 아이와 함께 먹인 포니승마체험 사진이 연이어 올라온다. 올해로 19회를 맞은 장수한우랑사과랑축제는 ‘장수 레드푸드’란 새로운 테마로 한단계 더 넓어졌다. 한우와 사과만이 아니라 토마토, 오미자까지 그 붉은 맛이 축제의 무늬가 됐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장수군에 따르면 가족 단위 방문객 비중이 해마다 늘고 있다. 직접 만들고 경험하는 컨텐츠가 다양해지면서 어린이 체험 참가 신청도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았다. 사과낚시, 팔씨름대회, 장수한우곤포나르기 등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어울리는 장면을 만든다. 지역 농민들은 “축제 덕분에 레드푸드 농산물의 가치가 크다는 걸 체감한다”고 고백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로컬 푸드’ 축제가 지역 공동체의 연대감을 회복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전통음식 연구가 양세진 씨는 “음식은 단지 ‘먹는 것’ 그 이상이죠. 손으로 빚은 떡, 직접 키운 사과, 함께 체험한 기억이 가족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고 풀이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시골 축제라 소박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이들이 행복해했다”, “토마토스파게티 만들기는 남편도 처음 붙잡아봤다”는 감상들이 이어진다. “새로워진 구성 덕분에 어른들도 참가를 망설이지 않았다”는 목소리도 많다.
사소한 체험, 작은 먹거리에도 지역의 자긍심과 이웃과의 따스함이 배어 나온다. 농민이 손수 내민 사과 하나, 아이가 직접 만든 팔찌 하나에도 ‘누군가의 정성’이 담긴 것이다. 장수한우랑사과랑축제는 계절의 맛이 삶에 스며드는 순간, 흙과 햇살, 가족의 온기를 다양한 방식으로 기억하게 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