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 흔든 새로운 표정”…이정은, 하이원 2오버파→자신감 회복 드라마
벙커, 페어웨이, 그리고 관중석 너머로 두 손을 모은 순간. 하이원 컨트리클럽에 선 이정은의 얼굴에는 오랜 슬럼프와 뒤섞인 결의가 담겨 있었다. 수차례 흔들린 경기력이지만, 팬들은 여전히 박수로 그를 감싸안았다. 2오버파, 예상 밖의 성적이지만, 그린 위를 걸어 나온 이정은의 표정은 달라져 있었다.
10일 강원도 정선군 하이원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하이원 리조트 여자오픈 1라운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무대에 나선 이정은은 LPGA에서 찾지 못한 답을, 익숙한 필드에서 다시 좇기 시작했다. 올해 에비앙 챔피언십 출전이 무산된 그는 KLPGA 대회 출전을 선택, 시즌 전환점 마련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이정은은 올해 치른 12개 대회 중 9번이나 컷 탈락의 고배를 마셨고, 최근 8개 대회 연속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LPGA 투어 CME 포인트 순위도 117위, 지난해 91위에서 올해는 한때 122위까지 미끄러졌다. 무엇보다 샷 난조와 잦은 스윙 문제는 선수 시절의 자신감마저 흔들리게 했다. 이정은은 “프로 되기 전 주니어 때보다 못 쳤던 시기도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부진의 원인을 돌아보기도 했다.
반면 최근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샷 감각이 60~70% 회복됐다는 신호와 함께, 연습 라운드에선 침착함을 찾았다는 자신감도 묻어났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심리 코칭과 꾸준한 훈련에 몰두하면서, 스스로에게 긍정적인 주문을 걸고 있다. 이날 2오버파 74타로 마쳤지만, 이정은은 “샷은 확실히 돌아왔다. 내일은 타수를 만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정은은 남은 시즌 LPGA 투어 아시안 스윙 진출을 겨냥해 CME 포인트 70위 이내 진입을 최우선 목표로 꼽았다. 다음달 시작되는 포틀랜드 클래식이 중요한 기점이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과 스포츠계는 하이원에서의 변화가 앞으로의 순위 상승으로 이어질지, 조심스레 주목하고 있다.
하이원의 푸른 라인 위, 수십 번 스윙을 반복하며 이정은은 자신과의 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낮은 고개, 담담한 표정, 그리고 꺼내지 못한 수많은 감정들이 그린 위에 포개진다.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주요 경기는 KLPGA 공식 중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