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막지 못해 국민께 죄송”…박성재 전 장관, 구속심사 5시간 격론
비상계엄 선포 이후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역할과 위법성 인식 여부를 둘러싸고 특검팀과 박 전 장관 측이 법원에서 정면 충돌했다. 박 전 장관의 구속 여부를 놓고 13일 열린 법원의 심사는 약 5시간에 걸쳐 진행되며 치열한 공방으로 번졌다. 현장에선 법무부 내 실무 지시와 ‘안가 회동’까지 포함된 사실관계가 쟁점이 됐다.
이날 오전 10시 10분부터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본인과 특검팀, 그리고 관계인들이 참석했다. 심사는 오후 2시 50분께 종료됐고, 박 전 장관은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결과를 기다리게 됐다. 법원의 최종 판단은 밤늦게 나올 전망이다.

쟁점은 박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주재하며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구치소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소환 등의 지시를 내린 것이 내란 범죄에 순차 가담한 행위냐는 점이다. 특검팀은 지난 10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일차적으로 위법성 다툼의 여지를 들어 기각했다. 이후 특검팀은 휴대전화 포렌식과 추가 압수수색, 관계자 조사로 ‘위법 인식’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했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전달·삭제한 ‘권한 남용 문건’ 등 새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서는 지난해 12월 4일, 계엄 선포 다음날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텔레그램으로 전달된 것으로 파악됐다. 국회의 권한 남용과 입법 독재 등을 언급하는 내용이었다. 박 전 장관이 그날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해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등과 논의한 점도, 특검팀은 사후 대책 모의 의혹과 직권남용 추가 혐의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와 달리 박성재 전 장관 측은 “당시 지시는 계엄 상황에 맞선 원론적이고 통상적인 업무 검토에 그쳤고, 불법은 없었다”며 “해당 문건 또한 국회 질의에 대비해 작성·정리한 것이지, 계엄 합리화 목적은 없었다”고 항변했다.
특검팀은 235쪽 분량 의견서, 163쪽 분량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심사에 제출하며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이 명확했다”고 주장했다. 교정본부가 박 전 장관 지시로 수도권 구치소 수용 여력을 점검하며, 3천600명 수용 가능 현황을 보고한 사실도 이번 구속심사에서 중대 쟁점이 됐다. 또 증거 인멸 우려도 본격 부각됐다.
박성재 전 장관은 심문 말미에서 “계엄을 막으려 했지만 막지 못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덧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의 구속 여부 결정에 정치권과 시민사회 모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번 판결이 계엄 관련 사법적 책임 정립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국회는 계엄 관련 수사지시 및 박 전 장관의 혐의 입증을 둘러싸고 각 정당 간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며, 정치권은 향후 특검의 수사 및 사법부 결정에 더욱 주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