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사진 한 장으로 암까지 판별”…경희대, 구강암 AI 진단모델 성과 주목
딥러닝 기반 인공지능(AI) 기술이 구강암 조기진단의 새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경희대학교치과병원 연구진과 한양대학교 인공지능학과 협력팀이 ‘혀 사진 한 장’만으로 설염 등 구강 질환부터 구강편평세포암까지 자동 식별하는 AI 모델을 개발, 산업 내 임상 활용도가 주목받는다. 업계는 치과 진단 분야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을 모으고 있다.
경희대학교치과병원 이연희·정준호 교수팀과 한양대학교 노영균 교수팀은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치과 외래 환자 혀 이미지를 활용해 4가지 심층 합성곱 신경망(DCNN, Deep Convolutional Neural Network) 모델을 훈련했다. 총 651장의 혀 이미지를 정상군(294장), 설염(340장), 구강편평세포암(17장)으로 분류해 AI 진단 성능을 평가한 결과, 모든 DCNN 모델이 자동 분류에 성공했으며, 특히 암과의 구분에서는 AUROC 기준 99~100%에 달하는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설염 진단 성능도 87% 수준으로, 기존 임상 판독의 한계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번 AI 진단모델의 핵심은 이미지 판독 자동화와 해석 기반 분석 기법 접목에 있다. 연구팀은 “2~3주 이상 지속되는 구내염 증상만으로는 설염과 암을 명확히 구별하기 어렵다”며, 조기 진단 지연 가능성을 우려했다. 딥러닝 기반 AI 모델은 구강 내 상이한 병변 패턴을 다단계로 학습해, 의료진의 주관적 판독 오차를 줄이고 짧은 시간 내 대량 검증을 가능케 하는 점이 특징이다.
활용 분야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치과 영역의 진단·예후 예측, 원격의료 진단 플랫폼 등으로 적용이 가능하며, 환자 셀프 진단 앱 등 사용자 중심 서비스도 기대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AI 병변분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구강질환 분야의 국산 딥러닝 모델은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다.
한편 해외에서는 이미 피부암, 안저질환, 호흡기 영상 등 다영역에서 AI 이미지 분석이 실용화되고 있다. 미국 FDA 역시 일부 영상분석기기에 대해 인공지능 의료기기 인증(SaMD, Software as a Medical Device)을 부여하는 추세다. 국내에서는 의료기기 인허가, 데이터 보호법 등 규제 적합성을 충족해야 실사용이 가능하다.
이연희 교수는 “이번 연구 데이터와 모델이 향후 원격진료 및 빅데이터 기반 구강질환 예측 서비스에 적용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데이터 공유, ▲임상시험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