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자연, 황홀한 선셋”…코타키나발루에서 찾은 휴식의 풍경
여행은 늘 떠남이었지만, 이번엔 잊고 있던 마음을 찾는 시간이 됐다. 에메랄드빛 바다를 따라 걷는 길, 손끝에 느껴지는 따뜻한 햇살, 코타키나발루에서 하루를 보내는 건 새로운 일상에 밀려 잠시 덮어 둔 나를 다시 불러내는 일이다.
요즘 SNS에서는 세계 3대 석양 명소로 손꼽히는 탄중아루 비치 인증 사진이 부쩍 자주 보인다. 발끝을 간질이는 모래와 붉게 물드는 바다는 여행객들에게 황홀한 순간을 선물한다. 도심 한복판 코타키나발루 시티 이슬람 사원 앞에서 찰칵, 푸른 돔과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건축미는 밤이면 화려한 조명과 어울려 이국적인 여행 감성을 자극한다.

이런 변화는 숫자 속에서도 확인된다. 말레이시아 사바주 관광청 발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코타키나발루 방문객은 전년 대비 15% 이상 늘었다. 스노클링 명소로 유명한 툰구 압둘 라만 해양공원, 현지 해산물과 열대과일을 아낌없이 맛볼 수 있는 푸삿 반다르의 필리피노 마켓까지, 여행의 한 장면마다 자연과 사람, 문화가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현지 트레킹 가이드 리사 웡은 “코타키나발루의 특별함은 자연에 있다”고 표현한다. 키나발루 국립공원의 캐노피 워크를 걷다 보면 열대 식물 사이사이로 바람이 흐르고, 언젠가 꿈에서 봤던 숲을 거니는 듯한 기분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맹그로브 숲을 따라가는 카와카와 리버 크루즈, 원숭이 관찰과 해 질 녘의 반딧불이 쇼는 “나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라고 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평범한 휴양지와는 다르다”, “물속에 들어가면 일상 스트레스가 싹 사라지는 느낌”이라는 후기가 이어진다. “아이와 함께하는 첫 해외 여행지로 완벽하다”는 가족 단위 여행자들의 목소리도 늘고 있다.
사소한 변화지만, 그 안에는 느긋해지고자 하는 현대인의 열망이 담겨 있다. 수많은 해양 액티비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이 품은 깊은 녹음, 해 질 녘 바람과 함께하는 여행자의 새로운 리듬. 코타키나발루에서의 시간은 단지 트렌드가 아니라, 삶의 리듬을 바꾸는 기호다. 작지만 반짝이는 기억 한 조각으로,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