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경고에 뉴욕증시 충격”…중동 불안·PPI 반등 겹쳐 변동성 급등→시장 긴장감 고조
뉴욕의 하늘이 구름에 덮인 6월, 금융의 심장부 월가에는 긴장과 불안의 공기가 낮게 깔렸다.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가 풍요로웠던 투자 심리를 차갑게 얼렸다. 미국 경제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으로 거래를 열었고, 시장은 잠시 숨을 고르다 또다시 출렁였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42,629.56포인트에서 236.21포인트(0.55%)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지수는 6,006.06포인트로 16.18포인트(0.27%) 낮아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 역시 19,585.66포인트로 30.21포인트(0.15%)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교역을 둘러싼 무역협상에서 부분적 진전에도 불구하고, 고율 관세의 강경 기조는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를 반복했다. 7월 8일 예고됐던 관세를 일시 연기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세계 주요 교역국들과의 서한 교환을 예고했으나 서릿발 같은 경계심은 풀리지 않았다.

동시에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1% 상승해, 마침내 하락세에서 벗어난 듯 보였으나 시장 기대치인 0.2%에는 미치지 못했다. 미중 고위급 협상에서는 수출, 유학생 비자 등 일부 분야에 완화의 여지가 보였으나, 협상안은 정상의 최종 서명만을 남기고 있다.
스콧 렌 웰스파고 수석 시장전략가는 "무역정책 불확실성과 저조한 기업 실적, 성장세 둔화가 동시다발적으로 압박을 준다"며 "증시가 다시 사상최고를 노릴 만한 결정적 동력은 뚜렷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여기에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이 실타래처럼 복잡함을 더했다. 미국·이란 간 핵 협상이 지연되고, 이스라엘이 이란 핵시설을 표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실제 미국은 이라크 주재 자국 외교관 일부를 철수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갖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 이런 조치는 15일 예정된 미국-이란 6차 핵 협상을 앞두고 나오면서 국제사회의 불안감에 불을 지폈다.
시장의 불안은 업종별로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금융과 산업주가 0.7% 하락했고, 에너지와 통신서비스 0.4%, 임의소비재 역시 0.3% 하락했다. 반면 안전자산 선호가 반영된 유틸리티(0.6%)와 부동산(0.5%)은 오름세를 그렸다. 기업별로는 오라클이 호실적으로 12% 넘는 급등세, 반면 보잉은 에어인디아 드림라이너 추락 여파로 4% 하락, 게임스탑은 대규모 전환사채 발행이라는 돌발 소식에 19% 급락했다.
유럽도 그 여운을 피하지 못했다. 유로스톡스50, 독일 DAX, 프랑스 CAC40 등은 0.4~0.7% 하락을, 영국 FTSE만 소폭 올라 근거 없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국제 유가는 하루 전 폭등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섰고,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19% 내린 67.34달러, 브렌트유는 1.22% 떨어진 68.92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었다.
세계 증시는 이제 무역협상의 실마리, 중동의 위기, 주요 경제지표 발표 등 불확실성이 뒤섞인 거센 파장을 예감하고 있다. 변동성의 안개 너머, 월가는 또 다른 균형점을 찾아 조용하고도 긴장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