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안전에 공공 AI 투입…NIA·가스공사, 혁신모델 발굴 나선다
인공지능 기술이 에너지 안전과 공공 인프라 운영 방식을 바꾸려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한국가스공사가 에너지 설비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재난을 사전에 감지하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공공 인공지능 모델 개발에 나섰다. 정부가 공공기관 전반의 AI 도입을 밀어붙이고 있는 가운데, 국가 기간산업인 가스 분야에서의 실증 사례가 다른 공공 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과 한국가스공사는 18일 한국가스공사 본사에서 인공지능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두 기관은 에너지 분야 AI 혁신 모델 발굴과 공공부문 AI 활성화를 공동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전국 천연가스 생산·공급시설에서 발생하는 방대한 운영 데이터를 활용해 설비 고장 예측, 이상 징후 감지, 재난 상황 조기 대응 등으로 이어지는 실사용 모델을 단계적으로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협약의 주요 내용은 네 가지로 정리된다. 우선 양 기관의 AI 도입과 활용·확산을 위한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공사는 공급망과 설비 운영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NIA는 이를 분석할 수 있는 AI 모델 설계와 도입 전략을 지원하는 구조다. 두 번째는 글로벌 AI 리더십 확보를 위한 공동 대응이다. 에너지 설비 분야의 AI 안전관리 모델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향후 국제 협력과 표준화 논의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세 번째 축은 AI 윤리와 안정성 등 신뢰성 제고를 위한 협력이다. 에너지 인프라에 AI를 적용할 경우 오탐지나 시스템 오류가 실제 재난 상황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어, 알고리즘의 투명성 확보와 검증 절차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NIA는 그동안 축적해온 공공 AI 가이드라인과 윤리 기준을 바탕으로 가스공사 프로젝트에 적용 가능한 검증 프레임워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AI 기반 민관 협업을 촉진하는 역할도 담겼다. 공공 데이터와 민간 AI 기술 기업을 연결해, 가스 안전 관리와 설비 운영에 특화한 응용 서비스 개발 생태계를 여는 게 목표다.
기술적 관점에서 두 기관의 협력은 에너지 설비의 상태를 예측하는 데이터 기반 유지보수, 이른바 예지보전 모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센서 데이터, 압력과 온도 기록, 과거 고장 이력 등 구조화된 정보를 기계학습과 딥러닝에 학습시키면 고장 확률이 높아지는 패턴을 사전에 포착할 수 있다. 기존에는 경보 기준을 단순 수치 임계치로만 설정해 놓는 경우가 많아, 복합적인 이상 징후를 조기에 잡아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전국 단위로 운영되는 가스 배관망·저장 설비·생산 기지의 데이터가 결합되면, 지역별 수요 변동, 계절 요인, 설비 노후도까지 반영한 고도화된 예측 모델 구축도 가능해진다. 에너지 수급과 안전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공사 입장에서는 단순 효율 개선을 넘어, 대규모 사고를 예방하는 리스크 관리 도구로 AI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시장성과 측면에서는 에너지 분야 공공 AI 프로젝트가 관련 산업 전반의 레퍼런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스 설비는 위험도가 높고 규제가 강한 영역인 만큼, 여기서 검증된 AI 모델은 전력, 석유화학, 수소 인프라 등 다른 에너지 영역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는 석유·가스 메이저 기업들이 AI를 통해 생산성 향상과 안전 관리 비용 절감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공공 부문도 유사한 흐름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비교에서 보면 미국과 유럽의 에너지 기업들은 이미 AI 기반 설비 관리와 재난 대응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예를 들어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파이프라인 누출 탐지에 영상 인식과 센서 데이터 융합 분석을 적용해 탐지 속도와 정확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 한국가스공사와 NIA 협력은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내에서도 공공 인프라에 특화된 AI 모델을 내재화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다만 해외에서는 민간이 중심인 반면, 한국은 공공기관이 인프라와 데이터를 쥐고 있어 공공·민간 역할 분담이 성패의 관건이 될 가능성도 있다.
정책·규제 측면에서는 정부의 공공기관 AI 전면 도입 기조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공공데이터 개방, AI 시범사업 지원, 공공부문 AI 활성화 전략 등과 연계해, 에너지 인프라 분야가 우선 적용 대상이 된 셈이다. 동시에 에너지 설비 데이터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민감 정보에 해당하는 만큼, 데이터 보안과 접근권 관리, 그리고 AI 모델 운영 과정에서의 책임소재 규정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황종성 NIA 원장은 이번 협력을 계기로 에너지 안전 분야에서 실질적인 공공 AI 활용 모델을 선도적으로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공공기관 AI 전면 도입 기조에 속도를 더해, 더 많은 공공기관이 AI를 활용하는 계기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NIA는 AI 전문 컨설팅, 기술 자문, 관련 교육 등을 통해 공공기관이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모델을 도입하도록 지원하는 AI 서포터즈 역할을 강화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가스공사와 NIA 협력이 향후 에너지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운영 환경에서 성과를 입증해 예산과 제도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공공 인프라의 특성상, 기술의 속도뿐 아니라 조직 문화와 규제 체계가 함께 변해야 한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에너지 안전 분야에서 시작된 이번 AI 협력이 공공 서비스 전반의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산업계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