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800억달러 물량 쏟아졌다”…비트코인, 코어·노츠 갈등과 블랙록 변수 겹치며 불안 증폭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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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각 기준 최근 30일 동안 글로벌 암호화폐 시장에서 약 800억달러 규모의 비트코인(BTC) 매도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지며, 국제 가상자산 시장에 적지 않은 충격을 던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9만1,566달러 선에서 강한 조정을 받았고,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둘러싼 내부 갈등과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의 영향력 확대가 맞물리면서 불안 심리가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외신 코인터크(cointurk)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집계된 비트코인 매도 물량은 약 81만5,000BTC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구체적인 매도 주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매도가 나타난 시점과 니크 사보(Nick Szabo)의 문제 제기가 겹치며 시장 해석이 분분하다는 설명이다. 사보는 비트코인 개념 형성 단계에서 초기 기여자로 평가받는 인물로, 블록체인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기능 확대가 법적 취약성과 규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오랫동안 경고해 왔다.

비트코인 800억달러 매도 충격…코어·노츠 갈등과 블랙록 변수 겹치며 불안 확대
비트코인 800억달러 매도 충격…코어·노츠 갈등과 블랙록 변수 겹치며 불안 확대

사보는 최근 오랜 침묵을 깬 발언에서 비트코인 네트워크 구조 변화에 대한 우려를 다시 드러냈으며, 외신은 이 발언 시기와 가격 급락·매도 확대 시점이 맞물린 점에 주목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비트코인의 설계 철학 중 하나인 최소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번졌고, 이러한 심리 악화가 매도 압력을 키웠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터키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탄셀 카야(Tansel Kaya)는 이번 매도 국면에서 사보의 경고와 더불어 블랙록의 비트코인 보유 증가가 불안 심리를 증폭시켰다고 진단했다. 카야는 한 달간 81만5,000BTC가 시장에 쏟아졌다는 점을 언급하며, 투자자들이 네트워크 철학 변화와 기관 집중도를 동시에 의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신은 블랙록이 축적 중인 비트코인 대부분이 고객 자산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이를 곧바로 해당 회사의 공급 지배력으로 보는 것은 과도하다고 선을 그었다.

 

비트코인 네트워크 내부에서도 갈등 요인이 겹치고 있다. 코인터크 보도에 따르면 비트코인 코어(Bitcoin Core) v30에서 OP_RETURN 필드를 확장하는 변경 사항이 반영되면서 개발자와 사용자 사이에서 논쟁이 격화됐다. OP_RETURN은 2014년 처음 도입된 온체인 데이터 저장 기능으로, 이번 업데이트에서는 그 수용 범위를 넓히는 방향의 조정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피터 토드(Peter Todd)가 제안했던 변경이 개발자 글로리아 자오(Gloria Zhao)에 의해 구현된 점도 주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한때 비트코인 커뮤니티를 양분했던 2017년 블록 크기 논쟁을 떠올리는 목소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은 데이터 저장 기능 확장을 철학적 이탈로 간주하며 항의의 표시로 비트코인 노츠(Bitcoin Knots) 클라이언트로 이동했다. 카야는 최근 고래 투자자들의 대규모 매도 기간 동안 노츠의 실제 채택률이 약 5%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직 네트워크 주류에 변화를 줄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행보는 별도의 변수로 꼽힌다. 보도에 따르면 블랙록은 비트코인 현물 ETF를 통해 BTC를 꾸준히 축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채굴 기업 상장과 관련된 금융시장 접근을 돕는 등 비트코인 생태계 주요 부문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카야는 이 같은 흐름이 네트워크의 탈중앙성에 부담을 줄 수 있으며, 초기 투자자와 철학적 지지자들의 이탈을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블랙록 ETF의 수탁 업무 상당 부분이 미국(USA)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에 집중돼 있는 구조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특정 거래소에 수탁이 몰리면 네트워크 경제와 거버넌스 측면에서 소수 기관에 권한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다른 시각에서는 대형 기관 참여가 유동성과 규제 명확성을 높여 비트코인의 제도권 안착을 돕는 측면이 있다고 평가하며, 양쪽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외신이 제시한 숫자와 해석에는 한계도 존재한다. 약 800억달러에 해당하는 매도 규모 자체는 변동성 확대의 강력한 설명 요인으로 꼽히지만, 실제 매도 주체가 누구인지,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 포지션과 연계된 강제 청산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미시적 데이터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 대형 보유자의 현물 매도와 단기 차익 실현, 시장조성자 역할이 어떻게 분해되는지 역시 명확하지 않아, 사보의 발언이나 코어·노츠 갈등과 매도 압력 사이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따른다.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논쟁이 실제 가격 조정의 직접적 촉매였는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개발자 커뮤니티의 정책 변경이 철학 논쟁으로 번지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는 여전히 글로벌 유동성 환경, 각국 규제, 미국과 유럽(Europe)의 ETF 자금 유입·유출 등 거시 요인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오히려 가격 조정이 과열 장세 이후의 기술적 되돌림인지, 구조적 리스크의 징후인지에 대해 신중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향후 시장 흐름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비트코인 코어 v30과 OP_RETURN 확장을 둘러싼 정책 논쟁이 장기화할 경우, 커뮤니티 분열 우려가 다시 부각되며 투자 심리에 추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동시에 블랙록을 포함한 기관투자가의 ETF 순유입 규모, 미국과 아시아 지역의 규제 기조,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도 변화가 가격 형성에 중요한 변수로 남는다.

 

일각에서는 대규모 매도 이후 과열이 완화되며 중기적인 가격 안정 구간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반대로 매도 압력이 이어지고 네트워크 구조 논쟁이 격화할 경우, 비트코인을 둘러싼 변동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국제사회와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이번 조정이 일시적 소음에 그칠지, 비트코인 거버넌스와 시장 구조 변화를 예고하는 신호탄이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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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블랙록#니크사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