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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보다 회사채 금리 낮아졌다”…프랑스, 재정 신뢰 추락에 금융시장 충격
국제

“국채보다 회사채 금리 낮아졌다”…프랑스, 재정 신뢰 추락에 금융시장 충격

강민혁 기자
입력

현지시각 13일, 프랑스(France) 국채 금리가 10개 주요 프랑스 기업의 회사채 금리보다 높아지는 기록적 현상이 발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가 골드만삭스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로레알, 에어버스, 악사 등 유력 기업들이 발행한 회사채 금리가 동기간 프랑스 국채 금리보다 낮은 이례적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이변은 최근 프랑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시장 우려가 빠르게 확산된 결과로 풀이된다.

 

최근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2년 전 발행한 2033년 만기 회사채는 올해 들어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 금리와의 격차가 0.0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전에는 회사채가 국채보다 0.2~0.6%포인트 높았으나 사실상 역전 상황이 근접한 셈이다. 프랑스 기업에 머물지 않고, 현재 유로존(Eurozone) 내 80여개 기업의 회사채가 프랑스 국채 금리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프랑스 국채-회사채 금리 역전…재정건전성 우려에 10개사 회사채 국채 금리 하회
프랑스 국채-회사채 금리 역전…재정건전성 우려에 10개사 회사채 국채 금리 하회

이 같은 현상은 마크롱 2기 정부 출범 후 2년도 채 되지 않아 총리가 4번이나 교체되고, 끝날 줄 모르는 재정긴축 논란 등 정치적 불안이 겹치며 시장 신뢰를 위협해온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프랑스 국채 금리는 유로존 내 최고 부채 비율을 보유한 그리스(Greece) 국채와 맞먹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12일 프랑스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피치는 “국가부채 안정화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2024년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13.2%에서 2027년 121%로 급증할 것이라 밝혔다. 프랑스의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5.8%로 유로존 평균(3.1%)을 크게 넘어섰고, 국가부채 비율도 그리스·이탈리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J 사프라 사라신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카르스텐 유니우스(Carsten Junius)는 “프랑스 국채가 이제 더 이상 무위험 자산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며, “신흥시장 채권처럼 취급되는 신호”라고 시장의 불안감을 해설했다. 피델리티 인터내셔널의 펀드매니저 마이크 리델(Mike Riddell)도 “회사채가 국채보다 더 유동성이 좋은 상황에서는 역전 현상이 극히 이례적”이라며 “국채 공급 과잉, 신뢰 약화가 중첩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유로존 내부에서 국채-회사채 금리 역전은 2000년대 후반 재정위기 시기에도 나타난 바 있으나,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프랑스와 같은 거대 경제권에서 반복되는 모습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도 최근 프랑스 사태를 ‘선진국 재정 리스크 부각의 전환점’으로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프랑스와 유로존 내에서 ‘국채 신뢰도 약화’ 논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국제사회는 프랑스의 재정정책 방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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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회사채#국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