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벨벳-아이린&슬기, 마주 선 두 그림자”…첫 콘서트→서로를 비추는 균형의 신드롬
아슬한 긴장과 벅찬 환희가 동시에 흐르던 무대, 레드벨벳-아이린&슬기의 첫 단독 콘서트 ‘밸런스’에서 두 멤버는 각자 다르고 또 닮은 내면의 결로 관객의 감정을 흔들었다.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는 순간마다 아이린과 슬기는 서로의 세계를 조심스럽게 비추었고, 무대 위에는 끊임없이 균형을 추구하는 서사가 남았다. 깊은 호흡, 단단한 눈빛, 그리고 달라서 더충만했던 에너지가 무대를 휘감았다.
이번 공연은 오롯이 두 명의 아티스트가 10여 년간 쌓아온 내력과 외력을 교차시켜 완성한 감각적 에너지의 집합체였다. 아이린은 아득한 여운과 고요한 내면, 슬기는 진솔한 성실함과 강렬한 시선으로 각자의 색을 뚜렷하게 부각했다. 솔로 무대 ‘라이크 어 플라워’와 ‘베이비, 낫 베이비’에서는 각자만의 목소리와 움직임이 극적으로 대비돼, 한층 더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데뷔곡 ‘필굿’과 ‘몬스터’에서 신곡 ‘틸트’, ‘트램펄린’ ‘걸 넥스트 도어’로 이어지는 흐름은 멤버들의 성장과 변화, 그리고 이번 콘서트의 정수가 무엇인지 섬세하게 드러냈다.

무대 연출 역시 ‘밸런스’라는 주제를 다채롭게 확장했다. 두 사람이 서로를 중심으로 천칭저울, 시소, 외줄타기처럼 아슬한 균형을 맞추듯, 영상과 브리지 속 심상적 장치들이 몰입감을 더했다. 특히 ‘비 내추럴’은 11년 전부터 다져온 신뢰의 무게를 안기는 한편, 스크린과 계단, 붉은 마이크, 역동적인 동선까지 도상적 이미지를 극대화해 관객의 감정선을 이끌었다. 여기에 레드벨벳 조이와 웬디가 객석에서 보낸 응원은 더욱 풍성한 서사를 완성했다.
아이린은 무대의 흐름을 두고 “무너지고 흔들리던 불균형이 시간이 흐르며 조화를 이루고, 끝내 새로운 평형점에 다다른다”고 표현하며, 듀오가 오랜 시간 만들어온 호흡을 담담히 드러냈다. 공연의 끝에는 ‘방정식이 아름다운 이유는 등호에 있다’는 영상 속 내레이션이 반복되고, 두 멤버가 나란히 선 대칭적 엔딩이 새겨졌다. 팬들과 함께 쌓아온 신뢰와 의미도 곳곳에 스며들었다.
이날 공연은 14일에 이어 이튿날에도 올림픽홀에서 공연됐고, 이후 7월4일 싱가포르, 12일 마카오, 19일 방콕, 8월3일 타이베이, 9월13일 쿠알라룸푸르, 그리고 24~25일 도쿄까지 아시아 7개 도시의 투어로 펼쳐진다. 이 무대들은 매 순간 새로운 균형을 찾는 여정의 연속이 될 전망이다.
오랜 여운을 남긴 레드벨벳-아이린&슬기의 첫 단독 콘서트는 눈빛과 몸짓, 그리고 팬덤과의 조용한 호흡까지 오롯이 아울러 또 다른 미적 균형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달라서 아름답고, 함께여서 빛나는 두 사람의 다음 여정은 오는 7월4일 싱가포르 공연에서 다시 문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