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 사업 또 보류”…방사청, 여야 논의 요구에 협력방안 추가 검토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 방식을 둘러싼 정치권과 조선업계의 충돌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방위사업청이 7조8천억원 규모로 추진 중인 대형 방산 사업의 최종 결정이 또다시 미뤄진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기업 간 갈등이 표면화되며 KDDX의 추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방위사업청은 9월 16일 오후 언론 공지를 통해 "기업 간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추가 검토를 위해 KDDX 사업을 오는 18일 방위사업기획관리분과위원회 안건에 상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애초 18일 분과위에서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1번함) 건조' 사업방식을 심의하고, 이후 30일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최종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회의 이틀 전 돌연 연기 방침이 결정됐다.

사업 보류 결정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측이 방위사업청에 "기업 간 상생협력 방안을 당정 협의를 통해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요청한 데 따라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조선업계 내 경쟁과 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공정하고 협력적인 사업 재구성을 주문하고 있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처음으로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6척 규모의 국산 차기 구축함 사업이다. 현재 사업비는 총 7조8천억원에 이르며, 사업 절차는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각각 개념설계와 기본설계를 맡아왔으나, 두 업체 간 법적 분쟁과 과열 경쟁이 불거지면서 2023년 12월 이후 1년 9개월째 사업이 정체됐다.
관례상 방위사업청은 기본설계 참여사(HD현대중공업)와 수의계약을 중심으로 상세설계·선도함 건조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었다. 다만 한화오션 측이 "경쟁입찰 또는 양사 공동설계 방식이 필요하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방위사업청은 타협안으로 "HD현대중공업 주도로 상세설계를 진행하되, 한화오션이 일부 설계 과정에 참여하는 상생협력 방안"을 준비했으나, 한화오션과 분과위 일부 민간위원들은 협력안 불충분을 지적했다.
정치권 내에서는 사업 방식 결정이 야기할 파장과 방산 산업 전체의 경쟁 질서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야권이 당정 협의를 통한 추가 논의를 요구하며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이견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산 대형 프로젝트가 정치권 입김으로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향후 KDDX 상생협력 방안에 대한 당정 협의는 9월 말이나 10월 초 개최가 유력하다. 한편 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업이 장기화될 경우 기술·방산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는 추가 논의 결과를 토대로 KDDX 사업 방식을 재조정할지에 관한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