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깊은 산에 머문다”…정선에서 찾은 쉼과 치유의 시간
요즘 ‘깊은 산속 고요’를 좇아 정선을 찾는 여행자가 많아졌다. 예전엔 한적하고 먼 시골이라 여겨졌던 이곳이 이제는 일상에 지친 이들의 새로운 쉼터이자, 치유의 공간이 됐다.
정선은 태백산맥 골짜기와 푸른 동강, 그리고 곳곳의 명소 덕분에 사시사철 서로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특히 9월 중순, 22도의 흐린 날씨와 선선한 바람, 낮은 강수 확률은 긴 여름 끝에 가을의 첫 정취를 담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된다. 실제로 평일임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과 혼자 걷는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정선 깊숙한 자연을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런 변화는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몇 년 사이 실내외 자연 체험을 위해 본격적으로 정선을 찾는 객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신비로운 화암동굴은 온 가족 나들이 코스의 대표 주자다. 약 5억 년 역사를 품은 석회암 동굴 내부를 걸으면 시원함 속에 금광 채굴 시대의 흔적까지 산책할 수 있다. 동굴은 연 평균 11도를 유지해, 격차 큰 온도에도 쾌적하다. 탐방로를 따라 종유석과 황금빛 벽면을 감상하는 경험엔 ‘자연이 만든 박물관’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강원 특유의 깊은 숲길, 로미지안가든 또한 가족 휴양객들에게 인기다. 하얀 자작나무 사이로 이어지는 수국길은 여름이면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직접 뛰놀 수 있는 숲 밧줄 놀이나 넓은 잔디광장, 숲속 숙박 시설까지, 도시 밖의 진짜 휴식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든다. 멀리서 들려오는 산새 소리, 뺨에 닿는 바람이 몸도 마음도 느긋하게 돌본다.
고즈넉한 산사의 울림을 찾는 이라면 정암사에 머문다. 월정사의 말사인 이 사찰은 적멸보궁을 품은 곳답게, 법당 중앙에 불상이 따로 없다. 천의봉 중턱 수마노탑엔 오래된 역사와 불심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높은 나무와 운무 자락에 둘러싸인 사찰은 생각을 비우고 잠시 자신을 돌아보기에 참 좋다. “좀 더 조용하고 천천히 머무르고 싶다”는 방문객들의 반응들이 마음에 남았다.
전문가들은 “자연 속에서의 체험과 쉼은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잡고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주는 시간”이라 표현한다. 특히 아이들과의 여행에서 이런 자연 체험은 공부 이상의 배움과 감수성을 키운다 강조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아이와 걸으며 모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도심에선 느낄 수 없는 고요와 여유를 만났다” 같은 소감이 줄을 잇는다. 세상과의 거리두기가 아니라, 자신과 조금 더 가까워지는 여정이란 해석도 공감받고 있다.
결국 깊은 숲과 동굴, 사찰에서 머무른 하루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다시 살아나는 힘을 확인하게 한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