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찰스 팜티느후인, 가족 된 바다”…새벽 빛 희망→여선장의 꿈이 번졌다
고요한 새벽, 강진 바다의 물결은 서서히 빛을 머금고, 팜티느후인은 바다에서 또 하나의 하루를 시작했다. 베트남에서 새로운 땅에 발을 디딘 지도 어느덧 6년, 강진 어촌은 이제 이방인이자 ‘소원’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그녀의 두 번째 고향이 됐다. 가족의 품 안에서 남편과 나란히 배에 오르는 순간, 소원은 통발을 올리고 생선을 손질하는 날렵함으로 부지런한 아침을 마중한다.
매일 바닷길을 함께 나서는 이들 가족의 하루는 평범함과 특별함이 겹쳐진다. 시어머니의 건어물 가게까지 도우며, 아이 셋을 돌보는 일상은 결코 짧거나 가볍지 않다. 그러나 소원은 이따금 힘겨운 무게 앞에서도 웃음을 놓지 않는다. 한국에 와 처음 품었던 낯선 언어, 새로운 세상, 익숙지 않은 풍습은 수많은 계절을 건너며 결국 그녀에게 당당한 며느리와 엄마, 아내의 자리를 만들어줬다.

소원이 간직한 바람은 단순한 일상을 넘어선다. 배 안에서도 귀화 시험 문제집을 놓지 않고, 아이들과 가족의 응원을 건네받으며 “진짜 한국인”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씩 다가간다. 13년 전 먼저 국적을 얻은 이모에게서 듣는 조언은 단단한 자양분이 되고, 남편과 시어머니의 지지는 그녀의 험난한 시간에 따뜻한 쉼표가 됐다.
현실의 파도 앞에서 소원이 가장 단단히 품은 꿈은 ‘여선장’이다. 직접 배를 몰고 강진의 바다를 내달리는 날을 기다리며, 남편의 가르침 아래 천천히 조종을 익힌다. 아이 셋을 품고, 뱃일과 가게 일을 마친 뒤에도 포기하지 않는 소원의 뒷모습에는 어느 누구보다 깊은 눈빛이 머문다.
소원에게 강진 바다는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그곳은 작은 구피의 꿈을 키워주는 곳이자, 가족이란 닻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굳게 뿌리내리는 터전이 됐다. 푸른 수평선처럼 펼쳐진 희망과, 바다를 닮은 깊은 도전의 마음이 모두의 가슴에 여운을 남긴다.
KBS의 ‘이웃집 찰스’는 팜티느후인이 강진 어촌에서 이뤄낸 깊고 섬세한 여정을 담아냈다. 방송은 9월 24일 화요일 저녁, 강진의 푸른 바다에서 시작되는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시청자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