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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데이터 규제, 국경 넘어 협력 모색”…GPA 서울총회, 글로벌 거버넌스 새틀 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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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데이터 규제, 국경 넘어 협력 모색”…GPA 서울총회, 글로벌 거버넌스 새틀 제시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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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데이터 이동이 국가 경계를 뛰어넘으며 산업과 사회 전반의 규제 체계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제47차 글로벌 프라이버시 총회(GPA)가 16일 서울에서 개막하며, 각국 개인정보 감독기관과 정책 전문가들은 AI 시대의 프라이버시 위협 대응을 위한 국제 공조와 실행력 있는 데이터 거버넌스 마련을 촉구했다. 기술 진보에 규제 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산업경쟁력 약화와 개인권리 침해가 동시에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규제 공조’가 AI와 데이터 경쟁 구도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번 총회에는 세계 95개국 148개 개인정보 감독기구가 참여했다. 아시아에서는 2017년 홍콩에 이어 두 번째, 국가 단위 개최는 한국이 최초다. 첫 세션에서는 ‘AI 시대의 글로벌 데이터 거버넌스’라는 화두 아래, 각국 DPA(Data Protection Authority)와 전문가들이 데이터의 국경 초월 속 국가별 분절화된 규제 체계의 한계와 대안에 대한 논의를 펼쳤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 존 에드워즈 영국 정보위원장, 마리-로르 드니 프랑스 CNIL 위원장, 사이먼 체스터먼 싱가포르국립대 학장, 줄리 브릴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 등 글로벌 리더가 참석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AI 개발의 핵심 자원이 되는 데이터가 국경을 자유롭게 이동하지만, 규제체계는 여전히 국가별로 쪼개져 실질적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규제 조화와 상호운용성 확보를 위한 구체적 협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데이터의 지역성과 글로벌적 특성, 그리고 이를 둘러싼 규제 분절화가 현안의 핵심으로 분석된다.

 

마리-로르 드니 CNIL 위원장은 각국 DPA가 AI 기술 발전 과정에서 ‘실천적 거버넌스’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AI 기술 설계 단계부터 프라이버시 중심 원칙과 아동·청소년 등 취약계층 보호까지 실질적 집행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GPA 내부 태스크포스 구성과 구체적 행동계획 마련 등이 제안됐다. 특히 “AI 거버넌스 메커니즘이 이해당사자 균형을 이끌어내려면 DPA의 실질적 역할 강화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줄리 브릴 마이크로소프트 부사장은 “미국 연방 차원의 단일 프라이버시법은 부재하지만, 20개 주 이상에서 데이터 최소화, 민감정보 제한 등 자체 규제 도입이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며 “업계 행동 변화 촉진을 위해 수직적·분야별 DPA 및 AI 규제 기관 간 협업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원칙적 선언보다 구체적 실행, 산업 현장 중심의 규제 해법이 중요하다는 진단도 있었다.

 

사이먼 체스터먼 싱가포르국립대 학장은 “AI 규제는 단순 가이드라인 나열이 아니라, 명확한 목적의식과 예상 외 위험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안정성 이후 실질적 행동으로 초점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존 에드워즈 영국 정보위원장은 “영국은 자동화 기술 사용의 자유는 보장하되, 개인권 침해 우려에는 신속히 제동을 걸 수 있도록 최근 법제도를 정비했다”고 소개했다. “과도한 규제가 아니라, 통제와 자율성의 균형”이 AI 데이터 규제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데이터 처리와 프라이버시 기준을 둘러싼 EU, 미국, 아시아 간 제도 경쟁이 본격화된 상황이다. 유럽의 GDPR, 미국의 주별 데이터법, 일본·싱가포르의 AI 윤리가 대표적이다. 국제 협의체와 선수국 DPA들이 실행 동력을 갖추지 못할 경우, “국가별, 지역별 규제 분절화가 산업 전반의 디지털 신뢰 기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AI와 데이터가 산업 경쟁에서 결정적 자원이 되는 만큼, 정책·윤리·법제의 국경 초월 연계가 필수”라는 점에 방점을 찍는다. 산업계는 새로운 글로벌 데이터 거버넌스 모델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윤리, 산업과 제도 간 균형이 AI 시대 새로운 성장의 조건으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전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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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pa글로벌프라이버시총회#개인정보보호위원회#a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