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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 차별화 벽 여전”…로슈·화이자 등 개발 중단 잇따라
IT/바이오

“비만치료제, 차별화 벽 여전”…로슈·화이자 등 개발 중단 잇따라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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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이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서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으나, 기존 GLP-1 계열을 뛰어넘는 차별화 신약 탄생의 벽은 여전히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업계는 최근 로슈 등 빅파마의 신규 후보물질 중단 소식을 신약 개발 방향성의 분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기존 시장은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 제품들이 이끄는 ‘블록버스터’ 시대를 맞았지만, 후발주자들은 차별화된 작용 기전, 편의성 강화에 대한 부담이 커진 상황이다.

 

로슈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카못 테라퓨틱스 인수를 통해 확보한 비만치료 후보물질 중 하나인 PYY(펩타이드 YY) 기반 장기작용 유사체 CT-173의 개발을 전격 중단한다고 밝혔다. PYY는 식욕을 조절하는 장호르몬으로, 기존 GLP-1(Glucagon-Like Peptide-1) 제형과는 작용기전이 달라 주목받았으나, 로슈가 내부 경쟁력 및 임상 진입 성공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임상 1상 개시 전에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PYY 기반 치료제는 기존 GLP-1 주사제의 한계, 즉 위장 부작용이나 하루 1회 이상 투여의 불편함을 보완할 차세대 신약 후보로 꼽혔으나, 초기 연구에서 요구 성과를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로슈 외에도 카못 인수를 통해 GLP-1·GIP(Gastric Inhibitory Polypeptide) 이중작용제, 경구용(GLP-1) 후보물질 확보에 나섰으나, 먹는 제형 역시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 사이에서 개발이 연이어 중단되는 양상이다. 미국 암젠은 2023년 비만 경구제 개발을 접은 상태다. 암젠은 이후 월 1회 투여 주사제 ‘마리타이드’ 개발로 전략을 선회했다. 화이자는 올해 경구 GLP-1 작용제인 ‘다누글리프론’ 임상을 간 독성 문제로 공식 중단했다. 화이자는 앞서 1일 2회 복용 방식에서 간 이상 반응이 보고돼 개발을 멈췄으나, 저용량 1일 1회 복용군 임상으로 재설계했다가 부작용에 다시 부딪혔다.

 

이처럼 비만치료제 차세대 플랫폼의 핵심인 경구용·다중표적 후보물질 개발은 초기 안전성, 효능, 복용 편의 측면에서 예상보다 높은 장벽에 직면하고 있다.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기존 주사제 대비 환자 편의성, 부작용 감소 등에서 뚜렷한 우위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임상 시험 단계에서 개발 중단을 택하는 사례가 속출하는 이유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유럽 제약사들이 줄줄이 경구용 신약 임상에서 좌절을 경험하고 있다. 반면, 기존 GLP-1 주사제의 시장 지배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반면 위장관계 부작용, 처방가 제한 등 아직까지 미해결 과제도 많아 완전한 대안 신약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높다.

 

전문가들은 차세대 비만치료 신약의 산업적 파급력은 여전히 크지만, 임상·규제 통과를 위한 효능, 안전성, 복용 편의성 등 전방위 요구치가 상승한 만큼, 실질적 ‘게임 체인저’의 등장은 다소 지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는 이번 개발 중단 사례가 신약 경쟁의 일시적 위축으로 귀결될지, 아니면 플랫폼 전략 전환과 기술 다각화의 촉매가 될지 긴장감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한유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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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슈#비만치료제#gl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