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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의무화 논란”…의사회, 강제 처벌 저지 총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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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 의무화 논란”…의사회, 강제 처벌 저지 총력전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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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분명 처방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의료산업의 현장 지형을 뒤흔들고 있다. 의사의 처방전 표기 방식에 성분명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은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이 대표발의되자, 의료계는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하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서울특별시의사회를 비롯한 의료 단체들은 이번 입법 시도를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전문성을 무시하는 조치”로 규정하고, 국민 건강권까지 위협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계는 이번 갈등을 “의사 처방권과 약사 조제권 분리를 둘러싼 약 20년 의약분업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쟁점이 된 의료법·약사법 개정안은 수급 불안정 의약품 처방 시 의사가 특정 의약품 명칭이 아닌 해당 약의 성분명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어길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규정했다. 핵심적으로 성분명 처방이란, 의사가 개인별 상태·병력·복용 중인 약과의 상호작용·부작용 가능성 등 다층적 요인을 고려해 ‘제품명’이 아닌 ‘약학적 성분명’으로만 표기하는 방식이다. 의료계는 “동일 성분이라도 제형, 체내 흡수율, 부작용 빈도 등에서 차이가 커 절대적으로 맞춤 처방이 필요하며 단순 행정적 분류로 환자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법안은 “의사의 세밀한 약제 선택권과 개별 환자의 처방을 포괄적이고 기계적으로 획일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동일 성분 기반 복제약이 폭넓게 사용되고 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제조 방식, 보조성분, 약제 안정성 등의 차이로 치료 효과와 부작용 발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외에서는 비슷한 성분명 처방 제도가 일부 국가에서 도입되고 있으나, 우리나라 의약분업 체계처럼 강한 의료-약국 분업구조에서는 의료현장 부담이 더 클 것이라는 점에서, 실효성 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이번 법안의 입법 취지는 의약품 공급망 위기 극복과 환자 접근성 제고에 있다. 그러나 의료계는 “공급망 불안정, 제약사 생산·유통 관리의 근본 원인을 외면한 채 현장 의료인만 처벌하는 규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제 의료계는 “의약분업 본래 취지인 처방권-조제권 분리 존중이 훼손되고, 사실상 실질적 약제 선택권이 약사에게 넘어가는 구조”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 맞춤 치료와 개별 적응증별 약제 선택이 필수인 한국 의료 환경에서, 전문성·자율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처벌 규정까지 도입하는 것은 산업 구조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업계는 이번 논란이 향후 의약분업 제도 재평가와 공급망 관리 개혁 등 더 높은 수준의 산업적 논쟁으로 확산될지 주목하고 있다.

 

기술과 제도, 의료서비스 제공 현장 간 긴장이 높아지면서 “실제 시장 안착 여부와 산업 구조 변화의 속도를 어떻게 균형 있게 조율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장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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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회#성분명처방#의약분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