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장고 소리부터 판놀음까지”…대전의 여름밤을 적시는 농악축제
요즘 대전 서구 둔산대로를 거닐다 보면 북소리와 피리, 꽹과리 울림에 이끌려 발길을 멈추는 이들이 많아졌다. 예전엔 마을굿이나 전통공연에서만 볼 수 있던 농악판이, 이제는 대전의 한복판에서 모두의 축제가 됐다. 전통의 소리가 짙게 배어드는 여름밤, 대전시립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서 ‘대전무악연희축제’가 펼쳐진다.
현장에서는 남녀노소가 어깨춤을 추며 하나가 되고, 공연장 주변에는 농악당과 풍물패들이 관객과 교감하는 모습이 도시의 일상을 특별하게 물들인다. “함께 북을 두드릴 땐 모두 어릴 적 동네잔치로 돌아간 기분이에요.” 관객 김선희(52)는 오랜만에 다시 찾은 농악 축제에 대한 반가움을 내비쳤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웃다리농악을 계승하는 공연이 해마다 늘고, 대전에서만 한 해 20여 차례 지역농악이 무대에 오른다. 농악과 타악의 웅장한 합주, 그리고 탈춤이 접목된 새로운 연희들은 전통 예술의 역동성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을 ‘문화공동체의 부활’이라 부른다. “농악은 그저 전통 악기가 아니라, 잊혀가던 마을 공동체의 감각을 오늘에 소환하는 매개체입니다.” 전통예술연구가 이주환은 현대인이 농악판에서 느끼는 해방감이 단순한 관람 이상의 경험임을 강조했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이런 소리가 있어야 대전의 여름 같죠”, “아이랑 함께 장고를 배워보고 싶다” 등 온라인 커뮤니티 곳곳에는 축제를 향한 기대감과 참여의지, 일상의 스트레스를 잊게 만드는 축제에 대한 감사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작고 사소한 선택 같지만, 전통의 울림을 마주한 시간 속에서 대전 시민들의 여름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대전무악연희축제는 단순한 지역행사가 아니다. 누구나 함께 어울리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그 판 위에서 ‘공동체’라는 오래된 이름이 다시 살아난다. 라이프는 바로 그런 순간에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