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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고 강한 고체전해질막”…ETRI, 전고체전지 상용화 앞당긴다
IT/바이오

“얇고 강한 고체전해질막”…ETRI, 전고체전지 상용화 앞당긴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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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체전해질막의 두께와 강도가 동시에 강화되며 전고체전지 상용화의 분기점이 열리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개발한 신형 고체전해질막은 기존 리튬이온전지의 취약점인 안전성과 에너지밀도를 동시에 개선,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를 전고체전지 대량 양산 경쟁의 변곡점으로 꼽는다.

 

ETRI는 고이온전도성 황화물계 고체전해질을 레이저 가공 지지체와 결합해, 두께 27마이크로미터(㎛) 수준의 얇고 유연한 고체전해질막을 구현했다. 현재 전고체전지에서 통용되는 펠렛형 고체전해질은 수백 마이크로미터의 두께로, 에너지 밀도가 낮아졌고 대면적 생산에 제약이 있었다. 더욱이 고체전해질을 얇게 만들 경우 기계적 강도가 급감해 실질적 상용화 장벽이 컸다.

ETRI가 도입한 방식은 레이저로 미세기공을 만든 지지체(스캐폴드, scaffold)에 고체전해질 슬러리를 코팅하는 공정이다. 이 방식을 적용하면, 두께는 종이보다 얇은 27㎛로 구현되지만 인장강도는 기존 독립형(프리스탠딩) 구조 대비 13배 이상 강해진다. 고분자 필름이나 금속 호일을 지지체로 활용해 내구성과 이온전도성을 동시에 확보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실제 배터리 생산 현장에 적용 가능한 점도 기술적 차별화 요소다. 연구팀은 상용 리튬이온전지 코팅 공정(코마 코터, comma coater)을 활용, 롤 형태(연속 생산)에 고체전해질막 제조에 성공했다. 이 고체전해질막을 적용한 전고체전지는 기존 펠렛 방식 대비 6배 이상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했고, 실온 조건에서도 안정적인 충·방전 성능을 유지했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에서는 미국과 일본, 유럽 주요 기업도 전고체전지용 고체전해질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유럽과 일본의 대표 기업들은 대비 미세화·대면적 제조 공정 측면에서 혁신적 해법을 모색해왔으나, 이번 ETRI의 기술은 기존 대량생산 라인과의 호환성과 기계적 내구성, 이온전도성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는 평가다.

 

한편, 전고체전지 시장의 상용화가 임박하면서, 소재 기술의 안전성과 법적 인증, 폐기·재활용 규제 등도 중대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실제 관련법과 산업 표준 제정 논의가 정부와 학계, 기업 간 협력 구조로 진전되고 있어 향후 시장 진입에 현실적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강석훈 ETRI 선임연구원은 “고체전해질막의 내구성과 이온전도성 문제를 모두 해결, 얇고 유연한 분리막과 같은 형태의 대면적 고체전해질막 상용 생산에 한 걸음 다가섰다”며 “배터리 대량 양산공정 적용성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산업계는 이번 기술이 실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시하고 있다.

박선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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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ri#전고체전지#고체전해질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