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구강 세균 푸조박테리아”…연세대, 대장암 예후 악화 기전 규명
IT/바이오

“구강 세균 푸조박테리아”…연세대, 대장암 예후 악화 기전 규명

강민혁 기자
입력

치주염을 유발하는 구강 세균 ‘푸조박테리아’가 대장암 환자의 예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연세대 연세암병원 및 생명시스템대학, 국립보건연구원 공동 연구팀은 최신 단세포 유전체 분석 기술을 활용해 푸조박테리아가 대장암 조직 내 면역 환경을 교란하는 구체적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번 성과를 '암 미생물 환경 연구의 분기점'으로 보고 치료 전략 혁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팀은 대장암 환자 42명의 조직 샘플을 단세포 RNA 시퀀싱(단일세포의 RNA 발현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차세대 기술)으로 분석해, 푸조박테리아 양성 환자군에서만 면역세포 분화와 면역글로불린A(IgA) 관련 기능 저하가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IgA는 우리 몸이 세균의 침투를 막고 장(腸) 내 염증을 억제하는 데 핵심인 항체로, IgA 성숙도가 높을수록 대장암 예후가 좋게 나타났다. 반면, 푸조박테리아 존재 시 IgA 성숙과 분비가 저해되고, 종양 내 세균 부담 증가→만성 염증 유발→암의 예후 악화로 이어졌다. 특히 연구팀은 무균 상태 실험동물(무균 마우스) 실험으로도 이를 직접 관찰했고, 면역세포와 세균 상호작용까지 정밀하게 확인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이 같은 연구 성과는 기존 암의 발생·진행 요인에서 ‘구강 미생물’의 역할을 과학적으로 조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암 미생물 환경에 대한 정밀 분석이 까다로웠던 만큼, 단세포 수준 유전체 정보 해독이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을 한 단계 높였다는 평가다. 실제로 최근 미국, 유럽 등에서는 종양 미세환경 내 세균성 요소 해석, 맞춤형 세균 제어 치료 개발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푸조박테리아는 원래 장내 정상 서식균이 아니지만, 암 조직 내에서만 비정상적으로 다량 발견됐다. 특히 대식세포(면역세포 일종)와 IgA 형질세포 간 신호 전달이 억제돼 항균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점이 확인됐다. 이런 세포 간 상호작용 메커니즘 해명은 향후 ‘미생물 기반 대장암 예후 예측’이나 맞춤형 치료제 설계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미국 NIH, 영국 NHS 등 해외 연구기관도 최근 암 조직 미생물군 연구 예산을 확대하고 있다.  

 

이 연구는 질병관리본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추진됐으며, 결과는 국제 학술지 ‘장내 미생물(Gut Microbes)’ 최신호에 게재됐다. “치주염균 기반 분자 진단·치료 전략 개발이 대장암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산업계는 앞으로 이 연구가 실제 임상 맞춤진단, 환자 맞춤 치료 시장에 어떻게 접목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기술과 임상, 바이오 데이터의 융합이 미래 정밀의료 혁신의 관건이 되고 있다.

강민혁 기자
share-band
밴드
URL복사
#연세대#푸조박테리아#대장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