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한 튜브로 대장암 찾는다…GC지놈, 정확도 입증
혈액 기반 대장암 조기 진단 기술이 임상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수준의 정확도를 입증하며 정밀검진 시장의 판도를 바꿀 신호탄으로 부상하고 있다. 액체생검과 인공지능 분석을 결합한 국산 기술이 내시경 중심의 기존 대장암 스크리닝 체계를 보완하면서, 환자 부담을 낮추고 검진 참여율을 높일 대안으로 떠오른다. 업계에서는 향후 글로벌 액체생검 경쟁 구도 속에서 국산 AI 기반 프래그먼토믹스 기술의 상용화 시점이 정밀의료 주도권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GC지놈은 서울아산병원 변정식 교수팀과 공동으로 자사가 보유한 혈액 기반 암 진단 기술을 활용해 대장암 비침습 스크리닝 성능을 검증한 연구 결과가 미국소화기내과저널에 게재됐다고 27일 밝혔다. 연구는 대장암 환자 302명, 진행성 선종 환자 108명을 포함해 총 167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군과 대조군을 아우르는 대규모 코호트를 통해 실제 검진 환경에 근접한 조건에서 정확도를 평가했다.

연구진은 GC지놈의 다중암 혈액 스크리닝 검사인 아이캔서치에 적용되는 인공지능 기반 프래그먼토믹스 기술을 그대로 활용했다. 프래그먼토믹스는 혈액 내 세포유리 DNA 조각의 길이 분포와 패턴, 농도 변화 등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암 발생 여부를 추정하는 기술로, 차세대염기서열분석과 AI 알고리즘을 결합해 미세한 변화를 검출한다. 대장내시경이 직접 장을 관찰하는 침습적 검사인 반면, 이 기술은 채혈만으로 암 발생 신호를 포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연구에서 혈액 기반 대장암 진단은 민감도 90.4퍼센트, 특이도 94.7퍼센트를 기록했다. 민감도는 실제 환자 중 검사로 양성으로 잡아내는 비율, 특이도는 암이 없는 사람을 음성으로 정확히 판별하는 비율을 뜻한다. 대장암 1기 단계에서도 민감도 84.2퍼센트를 보여 조기 발견 성능이 확인됐다. 특히 수술이 아닌 내시경 절제로 치료할 수 있는 초기암 T1N0 단계에서 90.0퍼센트의 탐지율을 기록해 임상의들이 중시하는 치료 가능 단계 발견에 강점을 드러냈다.
대장암 발생 전 단계인 진행성 선종 검출 성능도 주목된다. 연구에서 진행성 선종은 민감도 58.3퍼센트 수준으로 포착됐다. 진행성 선종은 시간이 지나며 암으로 진행할 위험이 높은 병변으로, 이 단계에서 환자를 가려내면 예방 내시경과 절제를 통해 암 자체를 막을 수 있다. GC지놈은 혈액 검사만으로 전암 병변까지 일정 수준 탐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암 예방 관점의 공중보건적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암 발생 부위와 연령에 따른 성능 편차도 분석했다. 좌측 결장과 직장에 생기는 좌측 대장암, 우측 결장에 생기는 우측 대장암 모두에서 검사 정확도가 일관되게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분변 잠혈 검사 등 기존 비침습 검사는 병변 위치에 따라 민감도가 달라지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하지만 혈액 기반 방식은 종양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유리 DNA가 혈류를 통해 전신으로 퍼지는 특성상 위치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실제 검진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대장암 검진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대장내시경과 분변 잠혈 검사가 표준 도구로 쓰여 왔다. 대장내시경은 정확도가 높지만 장 정결과 진정, 천공 등 합병증 우려로 환자 거부감이 크고, 분변 잠혈 검사는 저렴하지만 민감도와 순응도가 낮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직장 근로자나 고령층에서 번거로움 때문에 정기 검진을 미루는 경우가 빈번했다. 혈액 기반 스크리닝은 기존 검진 간격 사이에서 위험군을 추가로 걸러내거나 내시경이 어려운 환자에게 보완 옵션이 될 수 있어 시장 재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이미 액체생검을 활용한 암 스크리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혈액 한 번 채취로 여러 암을 동시에 찾는 멀티캔서 조기진단 서비스와 대장암 특화 혈액 검사가 상용화 단계에 들어섰다. 다만 각국 규제기관은 민감도와 특이도, 위양성률과 위음성률 등 지표를 엄격히 따져 보험 적용과 국가검진 편입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실제 임상 근거 축적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국내에서도 혈액 기반 암 스크리닝 기술은 아직 건강검진 선택 검사와 연구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향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체외진단의료기기 허가와 건강보험 적용 여부, 국가 암검진 프로그램 편입 논의가 상용화 속도를 좌우할 전망이다. 특히 정상인 대규모 코호트에서의 장기 추적 데이터와 다기관 임상 결과가 추가로 요구될 수 있어, 기업과 의료계의 공동 연구가 확산될 여지도 있다.
GC지놈 관계자는 대장암뿐 아니라 전암 병변까지 탐지 범위를 확장한 것은 조기 예방과 관리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자사의 액체생검과 AI 분석 기술을 대장암 스크리닝 시장에서 적극 활용하고 글로벌 진출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혈액 기반 대장암 진단 기술이 실제 국가검진과 보험 체계 안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그리고 글로벌 액체생검 표준 경쟁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