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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과 별이 쏟아진다”…양구군에서 만난 사색과 우주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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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숲과 별이 쏟아진다”…양구군에서 만난 사색과 우주의 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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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도시의 분주함을 떠나 자연 속에서 쉼과 영감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늘었다. 목적지보다 풍경, 바쁜 일정보다 여유로운 산책을 더 중시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 됐다.

 

양구군은 강원특별자치도 깊은 숲과 강이 만나 조용한 풍광을 빚어내는 곳이다. 흐린 하늘과 잔잔한 바람이 머무는 9월의 풍경 아래, 이곳의 대표적인 예술 공간과 과학 체험지가 여행객의 발길을 끈다. 여전히 아침 공기가 선선하게 감도는 길 위에서, 양구군립박수근미술관은 자연과 예술, 삶의 이야기가 어우러지는 특별함으로 방문객을 맞이한다.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양구군
사진 = 포토코리아(한국관광공사) 양구군

2002년 박수근 화가의 생가 터에 세워진 이 미술관은, 꾸밈없는 돌벽의 구조와 근처 숲길 그리고 박수근의 한국적 정서가 공간 전체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박수근기념전시관을 비롯해 동시대의 미술을 경험할 수 있는 현대미술관, 어린이들을 위한 별도의 전시관 등 다섯 관이 나무와 풀숲을 따라 연결된다. 관람객들은 때로 전시에 머물고, 때로는 그림자진 숲길을 걷는다. 그 사이 자연은 익숙하지만 낯선 배경이 되고, 박수근의 꾸밈없는 붓터치는 사색의 실마리가 된다.

 

숲 내음 진한 양구수목원 역시 평화로운 산책에 안성맞춤이다. 다채로운 식물들이 사계절 제각기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울창한 숲길과 개방된 정원, 아담한 쉼터가 어울려 방문객의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춘다. “여기서는 무심코 걷기만 해도 숨이 트인다”는 방문자의 소감처럼, 산과 바람, 그늘의 변화를 오롯이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사진 촬영 명소로도 인기라 사람들이 잠시 멈추고 풍경을 한 장씩 담는 모습이 익숙해졌다.

 

이런 변화는 실제 여행지 선택 기준의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한국관광공사의 자료에 의하면 최근 자연풍경·휴식형 여행이 가족 단위는 물론 20~30대 사이에서도 압도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유명 맛집이나 쇼핑 대신, 지역 특색이 살아있는 문화와 친환경 공간을 찾는 흐름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은 것이다.

 

밤이 되면 국토정중앙천문대에서의 체험이 여행의 또 다른 정점을 만든다. 국내 최상급 망원경과 천체투영실이 마련된 이곳에서는, 낮엔 태양을 관측하고 밤에는 쏟아지는 별과 은하, 행성의 은은한 빛을 바라보며 “내가 지금 우주 한복판에 있다”는 벅찬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어린이와 어른 모두 잠시 숨을 멈추고 별자리의 이름을 더듬어보게 된다.

 

심리전문가들은 “여행지에서의 조용한 산책이나 별 관측은 내면의 휴식과 자아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전한다. 특히 “풍경이 주는 위안과 새로움이 일상 스트레스를 누그러뜨린다”고 분석했다.

 

커뮤니티 반응도 흥미롭다. “북적이는 곳보다는 이런 곳에서 사색과 대화가 오히려 잘된다”, “한참을 별만 보다 오니 복잡했던 생각도 정돈됐다” 등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글들이 이어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자연과 예술, 우주를 만나는 경험은 이젠 특별함이라기보다 평범한 여행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작고 사소한 선택이지만, 우리 삶의 방향은 그 안에서 조금씩 바뀌고 있다. 양구군에서의 하루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조용한 쉼, 그리고 다시 나로 돌아오는 시간을 만든다.

문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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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군#박수근미술관#국토정중앙천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