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한입에 여름이 물든다”…양평수박축제, 가족의 시간과 마을의 힘
요즘 여름이 오면 가족과 함께 농촌 축제를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예전엔 무더위를 피하는 것만이 휴가의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계절의 맛을 입안에 채우고, 자연 속에서 희미해진 마음까지 리셋하려는 이들이 많아졌다. 양평의 청운면, 뜨거운 들판 위 수박의 싱그러움이 아이들의 환호와 함께 만나는 순간이 여름의 새로운 일상이 됐다.
양평수박축제가 다시 열린다. 올해는 7월 5일부터 6일까지, 청운면 용두로 일대가 초록과 붉은색으로 물들 예정이다. 축제의 한가운데는 명품 수박 시식 행사가 자리하고 있어, 방문객마다 달콤한 수박 한입에 탄성을 숨기지 못한다. 가족단위 객이 손을 맞잡고 행사장을 거닐고, 수박카빙이나 수박가요제처럼 오감이 깨어나는 프로그램이 풍성하다. 실제 참가자 미정(37) 씨는 “작년에도 아이들과 왔는데,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는 시원한 여름 맛과 가족의 웃음이 잊히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이런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내 농촌축제 방문자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7월~8월 가족 단위 농촌축제 방문 비율이 전체의 48%를 넘었다. 자연스럽게 지역 농산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으며, 신선한 먹거리에 직접 손을 뻗는 경험이 삶 가까이에 다가섰다. 지역 농가 역시 축제를 계기로 판매망과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농촌 체험형 축제가 가족의 유대감을 회복하는 작은 장치라고 말한다. 식문화연구가 김보라 씨는 “좋은 먹거리와 자연에 대한 신뢰는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이 된다”며 “온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은 일상에서 흔히 얻기 힘든 감각을 일깨운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축제 당일은 수박뿐 아니라, 페이스페인팅·물놀이장처럼 다채로운 일상의 쉼표가 모인다.
댓글 반응도 흥미롭다. 한 온라인 카페엔 “아이 웃음소리에 피로가 씻겼다”, “수박 하나에 온 동네가 모이는 이유를 알겠다”는 경험담이 이어진다. 행사장에서 만난 가족들 사이에선 “이젠 이런 마을 축제가 여름을 여는 신호같다”는 말도 들려온다.
작고 사소한 축제지만, 그 안엔 계절을 살아내는 지역의 흥과 서로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힘이 담겨 있다. 수박을 쪼개 나누고, 물에 뛰어들며, 농부와 웃음 짓는 순간—양평의 여름은 그곳에 머문다. 바로 그 변화는, 우리 모두가 지켜가고 싶은 가족과 소소한 일상의 풍경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