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시험, 美 턱밑까지”…중국, 신약 허가 3배 격차로 추월
중국 제약사의 임상시험 활동과 신약 허가 성과가 최근 급격히 늘어나며 글로벌 제약·바이오 산업의 지형이 변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해온 임상시험 시장에서 중국이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고, 올해 상반기 혁신 신약 승인 건수도 미국을 큰 폭으로 앞질렀다. 업계는 중국의 R&D 투자와 정책적 지원 역량이 글로벌 신약개발 경쟁을 격화시킬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2024년 발간한 '한국 임상시험 산업 정보 통계집'에 따르면, 2023년 미국 제약사 의약품 임상시험 비중은 21.15%로 1위를 유지했지만 최근 3년간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22년 23.57%, 2023년 22.02%, 2023년 21.15%를 기록하며 내리막을 걷는 반면, 중국은 2021년 11.34%, 2022년 13.59%, 지난해 14.59%로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냈다. 한국은 지난해 3.46%로 6위에 머물렀다. 해당 통계는 제약사가 직접 주도한 약물중재 임상시험만 집계한 결과다.

기술적으로 올해 상반기 중국의 혁신 신약 허가 속도는 두드러진다. 중국 정부는 2024년 상반기에만 43건의 혁신 신약을 승인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9% 증가한 수치이다. 승인 신약의 상당수는 암, 대사질환, 면역질환 등 고난도 치료에 필요한 약품으로 구성됐다. 같은 기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혁신 신약은 16건으로, 최근 8년 중 최저치다. 전년 같은 기간 21건과 비교하면 약 24% 적다. 그 결과 올해 상반기 중국은 신약 허가 건수에서 미국 대비 약 3배의 격차를 보이며 선두로 올라섰다.
성장세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연구개발(R&D) 집중 투자와 점진적인 규제 완화가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사의 외부 파이프라인 도입 중 약 31%가 중국 바이오기업에서 나오고 있다. 2020년 10%, 2015년 3%에 불과했던 것이 이례적으로 상승했다. 실제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은 연간 3000개 이상의 신약 개발 프로젝트가 임상 단계에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기준에서도 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제약바이오 산업이 후원하는 신규 임상시험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2013년 8%였으나 2023년 29%까지 올랐다. 이는 미국, 유럽, 일본 등 전통 강국과의 차별적 성장세를 의미하며, 단기간 내 중국이 주요 시장으로 부상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신약 허가 분야에서도 올해 중국이 어린이 치료제 70건, 희귀질환 치료제 21건 승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와 맞물려 미국은 신약 승인 정체 및 R&D 비용 상승 등으로 글로벌 리더십에 과제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정부는 신약 개발 규제 완화, 임상시험 데이터 관리 강화 등 정책 개선에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임상시험 확대와 신약 허가 건수 증가가 글로벌 제약 시장 재편을 촉진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산업계는 이번 변화가 신약 개발 주도권 이양의 신호가 될지, 미국 중심의 기존 시장 구조가 유지될지 주시하고 있다. 기술 수준과 데이터 진실성, 규제 투명성 간 균형이 향후 산업 판도를 가를 결정적 조건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