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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설립 취지 무너뜨렸다”…특검, ‘친윤 검사’ 수사방해 증거 확보·영장 청구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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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상병 순직 사건을 둘러싼 수사외압 논란이 다시 정치권의 도마에 올랐다. 특검팀이 대통령실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팀 간 조직적 외압을 단서로 삼으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중심으로 정국이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친윤 검사’로 불린 김선규·송창진 전 공수처 부장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핵심 증거 확보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은 13일 정례 브리핑을 통해, 공수처 내에서 대통령실과 이종섭 전 장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필요성이 지난해 초 보고됐음에도 윗선의 외압으로 지연됐다는 조사 결과와 관련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정민영 특검보는 “피의자들의 범행은 고위공직자 모두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로 중대성이 인정된다”며, “고위공직자 범죄를 살아있는 권력으로부터 독립적으로 수사하라는 공수처의 설립 취지를 무력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검은 김선규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상반기 공수처장 직무대행 시절 4·10 총선을 앞두고 채상병 수사외압 사건 관계자의 소환을 막는 등 수사를 방해했다는 혐의를 적시했다. 또한 송창진 전 부장검사는 지난해 6월 공수처 차장 대행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개인 휴대전화 압수 및 대통령실 내선 번호 압수수색 영장 청구를 저지한 혐의가 적용됐다. 특검팀이 이들 두 명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12일 구속영장을 청구한 데 이어, 이들이 대통령실과의 연락,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및 출국 과정에서의 공수처-대통령실 간 교신 여부도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공수처의 초기 수사가 지연되는 사이, 대통령실 압수수색은 올해 5월에서야 실시됐고, 이종섭 전 장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도 특검이 출범한 7월로 미뤄졌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수사 과정에서 조직 내 ‘친윤 검사’들이 대통령실과의 연계 하에 수사 방해를 시도한 정황을 잡고, 관련 사실관계를 추가로 밝혀낼 방침이다.

 

여야 및 정치권에서는 수사 외압 의혹을 놓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특검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공수처과정을 과도하게 해석한다”는 신중론이 나오는 반면, 야권은 “대통령실과 여권 인사의 조직적 방해가 있었던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필수적”이라고 맞섰다. 전문가들은 고위기관 수사 방해 논란이 총선 등을 앞두고 정국 불신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특검팀은 이르면 다음 주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장관 등 핵심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길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11일 윤 전 대통령 소환 조사까지 마쳤지만,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의 신병 확보에는 실패해 불구속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한편 이날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불출석으로 무산되면서, 특검팀은 해당 증언을 수사외압 피의자 공소장에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개신교계 인사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혐의자 제외 과정에 연루됐다는 의혹, 한 전 사장의 증거인멸 정황 등도 남은 쟁점으로 꼽힌다.

 

재판부는 특검 수사 종료일인 28일 다시 신문을 열기로 했다. 특검팀은 한 전 사장의 증인 소환과 관련해 대응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수사 및 향후 재판 결과가 내년 총선 정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뒤따르고 있다.

오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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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공수처#윤석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