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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군기지 공격 전 카타르에 사전 통보”…트럼프, 평화 강조→중동 긴장 속 해빙 신호
국제

“이란, 미군기지 공격 전 카타르에 사전 통보”…트럼프, 평화 강조→중동 긴장 속 해빙 신호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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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둑한 중동의 새벽, 사막 위 공기는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며 무겁게 감돌았다. 이란의 미사일이 카타르의 알 우데이드 미군기지를 향해 발사됐다. 하지만 그 조준선 저편에는, 전면전의 어둠이 아니라 출구를 찾으려는 조심스러운 흔적이 드리워졌다. 이란은 공격 직전 카타르 당국에 계획을 미리 통보했다. 날카롭게 치닫던 미·이란의 갈등 한복판에서, 상흔을 재확인하기보다는 해빙을 모색한 듯한 조용한 조율이었다.

 

2025년 6월 23일, 이란은 미국이 이틀 전 자국 핵시설을 공습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카타르와 이라크의 미군기지에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번 사전 통보는, 2020년 솔레이마니 사령관 피살 사태 당시 이라크 정부에 공격 계획을 알렸던 방식과 놀라우리만치 닮아 있어, 상징적 반격 이상을 품었다. 이란 당국자는 “출구 전략을 염두에 두고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확전의 문턱에서 머뭇거리던 직전의 숨결이, 사실상 군사적 신중함으로 구현됐다는 해석이다.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한 카타르 도하 외곽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 위성 이미지 / 뉴시스
이란이 미사일을 발사한 카타르 도하 외곽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 위성 이미지 / 뉴시스

같은 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도 분쟁의 파고는 한결 유순하게 깎여나갔다. 그는 “이란의 반응은 매우 약했다”고 평가했지만, “사전 통보 덕분에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미국 방위망은 미사일 14기 중 13기를 요격했고, 사상자도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의 중재에 감사를 표하면서, 더 이상의 희생 없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평화의 시간을 향한 전 세계적 염원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이란의 이번 대응은 강경한 위협보다는 절제된 상징성에 초점을 맞춰, 미국과의 직접 충돌을 비껴갔다. 미국 역시 효과적인 방어에 집중해 확전의 명분을 삼가지며, 사태를 조용히 수습하는 모양새다. 이면에는 카타르가 내민 중재의 손길과, 이스라엘을 향한 트럼프의 조율 메시지가 묵직하게 자리한다. 중동의 불씨를 외교로 전환하려는 신호 위에, 국제사회는 묘한 완화의 공기를 감지하고 있다.

 

양측이 모두 명분을 챙기면서도 평화적 출구를 모색하는 지금, 중동의 하늘에는 또 다른 긴장이 흐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메시지보다 해소의 상징을 앞세웠고, 이란 역시 피해 최소화 전략과 조율을 택했다. 두 나라의 새로운 외교 국면이 중동의 오랜 대치선에 어떠한 변화를 안겨줄 것인지, 각국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 반목과 불신이 오래 뿌리내린 이 땅에, 잠시라도 평화의 숨결이 번질지, 그 여운은 국제사회의 심연을 물들이고 있다.

신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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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트럼프#카타르